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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인도_세계가 주목하는 인도의 가짜뉴스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7-26

지난 6월 4일, 6주에 걸친 인도 총선 결과가 발표됐다. 비록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선거와 달리 연정(聯政)을 통하기는 했지만,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무난하게 3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 경제를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예상과 달리 단독 과반에 실패한 것은 경제 성장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 국한된 탓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민주주의의 후퇴와 언론의 자유 퇴보 등 비경제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0억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하는 세계 최대의 선거인 2024년 인도 총선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사막, 산지, 밀림 등 접근성이 낮은 지형도 포함한 인도에서 10억 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큰 사건·사고 없이 선거가 끝이 났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상대 정당을 향한 도를 넘는 비방, 종교적 또는 사회적으로 다른 계층을 향한 혐오 발언, 가짜뉴스 등 인도 정치의 그늘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짜뉴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겠지만, 인도의 가짜뉴스는 그 범위가 넓고 살인 사건으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할 때가 있으며,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큰 문제다. 이전 선거와 다른 올해 총선 가짜뉴스의 특징은 딥페이크의 등장이다.


소셜미디어 타고 퍼지는 인도의 가짜뉴스 문제

 

올해 3월 쿠달로르 구(Cuddalore District)에서는 어린이 유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돌았다. 관할 경찰은 해당 뉴스가 근거 없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렸고, 이는 신문 기사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2018년 인도에서 집단 폭행으로 희생된 사망자 숫자는 28명이며, 이 중 상당수가 어린이 유괴범으로 지목당해 마을 주민에게 폭행당했다.1) 2019년 10월에는 한 달 동안 네 명이 어린이 유괴 조직으로 몰려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가짜뉴스의 형태로 왓츠앱(WhatsApp)을 타고 퍼졌다.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호파도라’라는 존재가 어린이를 납치해서 죽이고 시신을 훼손한다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주로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유괴해서 팔아넘기는 유괴 조직이 경찰에 검거되는 일이 종종 있다. 괴담과 실재하는 범죄가 만연한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빠르게 전파되면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인도에서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은 여러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올해 총선 기간에만 로이터, AP통신, 르몽드, 가디언, BBC 등 여러 언론사가 인도 가짜뉴스 관련 기사를 다뤘다.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보니 인도의 가짜뉴스를 심층 분석하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BBC 월드 서비스 오디언스 리서치는 2018년에 인도 가짜뉴스를 다룬 연구 보고서를 냈다.2) 이 보고서는 어떤 유형의 가짜뉴스가 더 많이 확산되는지,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가짜뉴스를 확인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인도에서 존재하는 가짜뉴스 생태계는 어떠한지 등을 다뤘다. 

 

BBC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에는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생성하고 확산하는 생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가짜뉴스가 유포되는 미디어는 소셜미디어 중에서도 비공식적이고 상대적으로 닫혀 있는 네트워크들이다.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이 가짜뉴스가 퍼지는 주요 통로다. 이뿐 아니라 엑스(X) 역시 가짜뉴스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인도 정치계에서는 우익과 좌익을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유통되는 가짜뉴스의 양을 보면 좌익보다는 우익에 유리한 정보가 더 많이 확산되고 있으며, 가짜뉴스의 가장 큰 수혜 정당은 여당인 인도국민당이다. 가짜뉴스는 비공식적이고 비교적 폐쇄적인 소셜미디어인 왓츠앱을 통해서 확산하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보다 사실 확인과 검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가짜뉴스는 인도뿐 아니라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큰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왜 외신들은 인도의 가짜뉴스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인도에서 가짜뉴스 문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문제라 단정하기는 힘들 수 있겠지만, 분명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가짜뉴스가 만연하고 영향력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치 및 사회적 갈등, 인도 온라인 뉴스 미디어 환경, 미디어 문해력, 규제 등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힌두국수주의, 모바일 중심 뉴스 소비 등이 가짜뉴스 원인

 

정치·사회적으로는 인도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의 힌두국수주의(Hindutva), 대립적인 정치 지형, 적극적 우대 조치(a䞵rmative action)를 두고 벌어지는 카스트 및 사회 계층 간 갈등이 가짜뉴스가 만연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인도 정치 지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힌두국수주의는 힌두의 우월함을 내세우며 이를 기반으로 힌두 중심으로 인도를 통합하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슬람 혐오를 낳는다. 

 

인도국민당의 힌두국수주의를 매우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주 높은 잠재력을 가진 인도인들은 식민 지배와 부패한 정치 세력으로 인해 그 잠재력을 발현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식민 지배는 무굴제국을 만든 이슬람 세력과 이후 영국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패한 정치 세력은 독립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정권을 잡은 현재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이다. 억눌렸던 인도인의 잠재력은 현재 인도국민당 정권에서 발현되어 경제 발전과 세계 무대에서 인도의 영향력 확대 등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이같은 힌두국수주의를 기반으로 인도국민당 정권에서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크게 증가했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는 종교뿐 아니라 사회 계층 간 갈등에서도 혐오를 생산한다. 인도 헌법에서는 카스트 안에서 차별받는 계층인 지정 카스트와 카스트 밖에 있어서 차별받는 지정 부족을 적극적 우대 조치로 보호하고 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대 조치의 대상이 기타 후진 계층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우대 조치는 대학교 정원과 공무원 정원 할당, 여러 복지의 혜택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교와 공무원 정원에 대한 할당제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은 지정 부족 출신 또는 지정 카스트 출신이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이 때문에 매년 대학입시를 치를 때마다 할당제에 대한 비난이 소셜미디어에 넘쳐나지만, 이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다. 작년 5월부터 인도 동북부 마니푸르주에서는 종족 간 폭력 사태가 발발해 일 년이 넘은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된 마니푸르 종족 폭력 사태의 원인은 바로 지정 부족 선정 문제다. 

 

인도의 뉴스 소비 환경 역시 가짜뉴스의 확산을 용이하게 하는 원인이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모바일로 인터넷을 사용한다. 뉴스 역시 인터넷,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짧은 영상 형태의 뉴스를 가장 많이 시청한다. 통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인도 인터넷 사용자 숫자는 12억 명, 모바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는 10억 5,000만 명이다.3)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2023년 인도 브로드밴드 사용자는 9억 명이 조금 넘으며, 이 중에서 95%가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유선 인터넷이 가정에 들어오는 가구는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4) 또한 인도 모바일 데이터 1GB의 가격은 미화 0.2달러(약 277원)이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5)

 

인터넷 사용에서 높은 모바일 의존도와 매우 낮은 모바일 데이터 가격으로 인해서 인도인들은 모바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다. 또한 컴퓨터를 소유하지 않은 인구 비율 역시 높다. 따라서 뉴스를 온라인으로, 특히 스마트폰으로 읽는 사람이 많은 것이 인도 뉴스 시장의 특징이다. 인도인들은 짧은 영상 위주로 뉴스를 시청하며, 소셜미디어가 뉴스를 접하는 주된 매체다.6) 이런 환경에서는 뉴스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는 작업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뉴스 공유는 매우 빠르고 쉽다. 이런 환경에서 가짜뉴스는 걸러지기 어려우며 빠르게 소비되고 확산된다. 

 

미디어 문해력도 가짜뉴스의 성행과 관련이 있다. 언론의 자유, 교육, 사회적 신뢰, 온라인 참여 등이 미디어 문해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2024년 인도 언론 자유 지수는 180개 국가 중에서 159위를 차지했다. 인도는 ‘천재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인도 교육의 질은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골 지역의 교육의 질은 인도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인도 사회의 신뢰도 역시 크게 높지 않다. 이러한 까닭에 인도의 미디어 문해력은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2014년부터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14년 당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메신저인 왓츠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024년 인도국민당이 활용하고 있는 왓츠앱 그룹의 숫자는 500만 개로 추정된다.7)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가짜뉴스 생태계마저 존재하며, 그 영향력이 매우 큰 인도에서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론인, 정치인,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을 고민하며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정치 집단인 인도국민당에게 가짜뉴스를 규제할 동기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한편 2023년 1월, 인도 정부가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서 소셜미디어를 통제하겠다는 기사가 인도 언론뿐 아니라 외신에도 퍼져 나갔다. 이어서 2023년 3월, 아미트 샤(Amit Shah) 인도 내무부 장관은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소셜미디어를 처벌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는 언론 및 소셜미디어 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법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정부 기관 또는 정부에 의해서 공인된 기관이 가짜뉴스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이들이 지정한 가짜뉴스를 방치하는 소셜미디어를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문제를 잡겠다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셜미디어를 탄압하겠다고 하니 문제가 크다 볼 수 있다. 

 

인도의 가짜뉴스와 이에 대한 대응, 오래된 문제와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이번 선거 기간에도 여전히 큰 문제로 지목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도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각 정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1) <가짜뉴스: 인도 ‘호파도라’ 괴담이 불러온 참극>, BBC NEWS 코리아, 2018.12.5, https://www.bbc.com/korean/news-46365529 

2) Chakrabarti, S., Stengel, L., & Solanki, S., <Duty, identity, credibility: Fake news and the ordinary citizen in India>, BBC World Service Audiences Research, 2018

3) 출처는 스태티스타(Statista)이며, 이는 다른 데이터와 비교해서 인터넷 사용자와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의 숫자가 더 많이 집계됐다. 또한 인터넷 사용자 중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 비율은 더 낮게 집계되어 있다.

4) 출처는 EY2024이며, 위의 숫자는 중복을 감안하지 않았으므로 실제 사용자 숫자는 이보다 적다. 그런데도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높은 모바일 폰 의존도는 변하지 않는다.

5) cable.co.uk

6) Comscore, TRAI, EY

7) <50 lakh WhatsApp groups and transmission everywhere in 12 minutes – What BJP is doing on Social Media for 2024>, Deccan Herald, 2024.3.24, https://www.deccanherald.com/elections/india/political-theatre-bjp-on-social-media-295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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