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글로벌 미디어 현장] 인도_ 인도 뉴스룸의 DEI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11-28

몇 주 전, 기자로 일하는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가 이번 달 원고의 계기가 됐다. 작년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상가의 분식집 폐업을 일부 주요 언론이 보도한 것을 두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가 품은 문제의식은 이랬다. ‘이것이 과연 전국의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뉴스일까? 혹시 기자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을, 전국이 관심 가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기사화한 것은 아닐까?’

 

십여 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필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이었다. 하지만 곱씹어보니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당시에 내가 몰랐을 뿐이지, 이는 이미 ‘뉴스룸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라는 주제로 오래전부터 논의된 중요한 주제다.

 

DEI의 확장은 뉴스룸을 넘어 사회 전반에서 점점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사회적 정의의 실현이자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의 기반이며, 사회 갈등을 줄여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리고 뉴스룸에서의 DEI는 특히 의미가 크다. 언론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해석하고 공론을 구성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뉴스룸의 DEI는 첫째,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고 사각지대를 줄여 뉴스 콘텐츠의 질과 범위를 넓힌다.1) 둘째, 뉴스룸이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할 때, 수용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공정하게 대표되고 있다고 인식하며 언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2) 셋째, 뉴스는 소수 집단에 대한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3) 뉴스룸 DEI는 사회적 편견을 완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넷째, 서로 다른 배경의 구성원은 새로운 관점과 문제 해결 방식을 제공해 뉴스룸의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 물론 뉴스룸 DEI의 효과는 이 네 가지로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일부만 정리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나라, 인도의 다양성이 불러온 문제들

 

인도에서는 다양성 그리고 차별 및 격차 때문에 뉴스룸 DEI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도를 대표하는 수식어로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인도는 언어, 종교, 민족, 문화, 역사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가진다. 인도 헌법으로 인정받는 언어가 22개에 달하며, 실제 사용하는 언어는 100개가 넘는다.4)

 

종교 역시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자이나교 등 다양한 종교가 한 국가에 공존하고 있다. 인도에서 약 80%의 인구가 믿는 힌두교와 약 15%가 믿는 이슬람교는 종교가 가치관, 생활 방식, 문화 등과 쉽게 분리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종교적 차이는 삶과 생각의 여러 방면에서 차이를 낳는다.

 

힌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북인도와 드라비다 어족 언어5)를 주로 사용하는 남인도는 언어뿐 아니라 경제 수준, 보건 및 교육 수준, 정치 문화, 사회 가치관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카스트에 따른 차별은 헌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카스트는 일상생활에서 교육, 직업 선택, 사회적 교류 등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의 도시와 농촌 역시 소득, 교육, 디지털화, 사회기반시설 등 분야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소득과 부의 큰 격차는 인도 경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현재의 인도 영토는 역사적으로도 한 나라로 묶인 경험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처럼 인도는 단일한 국가 정체성으로 묶기 불가능한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집단이 공존하는 사회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다양성은 동시에 깊은 격차와 구조적 차별을 동반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카스트 기반 불평등이다. 카스트 제도 안에서 차별받는 달릿(Dalit)6)과 카스트 제도에 속하지 않아 차별받는 아디바시(Adivasi)7)는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지만, 고등교육, 공공 서비스, 고소득 전문직 진입에서는 여전히 크게 소외돼 있다. 예컨대 졸업 후 고소득을 보장하는 인도 명문 대학 입학에 상층 카스트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대도시 대기업의 관리자와 전문직 역시 비슷한 구도를 보인다. 종교적·지역적 차별도 존재한다. 무슬림 인구는 약 14%지만 정치, 행정, 언론, 사법 영역에서 대표성은 매우 낮다. 북동부 소수민족이나 저개발 지역 출신 청년들은 주류 산업이나 언론계로 진입하는 데 더 많은 장벽을 마주한다. 실업률과 소득 격차는 지역, 종교, 카스트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교육과 건강관리 접근성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처럼 인도는 다양성과 차별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회이기에, ‘누가 말하고 누가 배제되는가?’라는 뉴스룸 DEI의 질문은 더욱 절박한 의미가 있다.

 

상위 카스트·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인도 언론

 

인도 뉴스룸의 카스트 구성은 인권과 불평등 의제를 꾸준히 다뤄 온 국제 NGO 옥스팜(Oxfam)과 미디어 비평 전문 플랫폼 뉴스런드리(Newslaundry)가2022년 발표한 보고서8)에 또렷하게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언론은 여전히 상위 카스트(General Category) 중심 구조가 견고하며, 신문·방송·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서 리더십과 바이라인의 압도적 다수가 이 집단으로 채워져 있다. 달릿과 아디바시는 많은 언론사에서 여전히 5% 미만에 머물고, 중하위 계층으로 분류되는 기타후진계층(OBC, Other Backward Classes) 또한 인구 비중(약 40%)9)에 비해 뉴스룸에서 현저하게 과소 대표돼 있다. 카스트 또는 부족 문제를 다루는 기사마저 상위 카스트 기자가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TV 황금 시간대 패널에서도 이들 하위 계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힌디어와 영어 뉴스 채널 모두에서 종교 정체성과 커뮤니티 정치 이슈가 카스트 이슈보다 훨씬 높은 비중으로 다뤄진다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편중이 단순히 고용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공동체의 목소리가 뉴스로 기록되고, 또 어떤 공동체는 조용히 지워지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뉴스런드리가 2022년에 발표한 성평등 보고서10)는 인도 뉴스룸이 여전히 압도적인 남성 중심 구조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신문·방송·디지털 플랫폼을 모두 합쳐도 여성의 바이라인과 관리직 비중은 대체로 10~20% 수준에 머물며, 정치·경제·국방처럼 언론의 핵심 영역에서는 더 낮은 비중을 보인다. TV 패널 구성에서는 남성 일색 현상이 특히 두드러져, 힌디어 뉴스 채널의 패널 가운데 80% 이상이 남성이고 여성은 주변적 역할에 그친다. 여성 기자의 기여는 건강·문화·라이프스타일 등 연성 뉴스(soft news)에 집중되는 반면, 정치·경제·사회·국제 등 경성 뉴스(hard news)와 의제 설정 과정에서는 여전히 배제된다. 성소수자(LGBTQIA+)는 대부분의 매체에서 아예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인도 뉴스룸에서 다양성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계층에 따른 구조적 격차 때문이다. 계층에 따라 교육 수준, 영어 및 표준화된 힌디어 능력, 도시 거주 기회가 크게 달라지는 현실에서 낮은 계층 출신이 유명 영어 또는 힌디어 언론사에 취직하는 것은 어렵다. 채용 과정에서는 비공식적 인적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은데, 이미 상위 계층 중심으로 형성된 언론 환경에서 하위 계층 출신은 구조적 불리함에 노출된다. 뉴스룸 안에서도 낮은 계층 출신의 의견은 쉽게 기각되며, 이들은 전문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취재 현장에서도 자신보다 높은 계층 출신 정보원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장벽은 진입부터 뉴스룸 내부 그리고 취재와 승진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이어진다.

 

성차별 역시 인도 뉴스룸의 다양성을 가로막는 중요한 축이다. 주요 언론사의 편집 책임자와 의사결정권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여성 기자의 경력 경로를 처음부터 제한한다. 여성 기자들은 뉴스룸 내부에서 ‘감정적이다, 터프하지 않다’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경성 뉴스에서 배제되며, 보직과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경험한다. 여성 안전 보장이 취약한 인도에서는 야간 취재 등에 여성의 접근성이 낮으며, 온라인 공격이나 성희롱 위험에 노출되지만, 조직적 보호는 미흡하다.

 

인도 뉴스룸의 낮은 DEI 수준은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낮은 DEI가 다양한 계층 출신의 진입과 적응을 가로막은 구조적 악순환 문제 이외에도, 편향된 어젠다 설정, 특정 계층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논조,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한 낮은 뉴스 신뢰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혐오 표현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시기 인도 주요 TV와 디지털 뉴스에서 무슬림을 ‘위협’과 ‘불안정’의 이미지로 엮는 보도가 반복됐으며 이는 정치적 프레임과 결합해 혐오 서사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11) 카스트 관련 보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달릿이 주도한 시위는 보통 폭력과 혼란 중심으로 다뤄지지만, 상층 카스트가 이끄는 시위는 정책적 의제와 정당성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다.12)

 

 

‘뉴스는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인도의 뉴스룸 DEI 논의는 바로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거울과 같다. ⓒ연합뉴스 

 

 

뉴스 수용자들은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다. 이들은 “뉴스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언론을 권력층을 위한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13) 다양성이 결여된 뉴스룸은 결국 주변부 집단을 보도에서 배제하고, 편견을 걸러내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며, 독자의 신뢰를 잃는 악순환을 만든다.

 

뉴스는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가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게 했던 은마상가 분식집 보도는, 한국 뉴스룸의 DEI가 낮다는 증거라기보다 ‘어떤 사람들의 시선이 뉴스의 기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 작은 계기였다. 인도의 사례는 그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누가 언론의 문 안에 서 있고 누가 밖에 서 있는지에 따라 공론장의 윤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카스트와 젠더, 지역과 종교의 편중이 뉴스의 프레임을 뒤틀고, 일부 공동체의 현실은 끝없이 기록되지만, 다른 공동체는 아예 뉴스의 지형에서 사라진다. 물론 한국과 인도의 상황은 다르고, 은마상가의 사례만으로 한국 뉴스룸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장면은 우리에게도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뉴스는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인도의 뉴스룸 DEI 논의는 바로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거울과 같다.

 

오늘도 언론이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또 어떤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조금 더 민감해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더 나은 공론장을 향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1) <Diversity in Journalism>, Media Helping Media, https://mediahelpingmedia.org/management/diversity-in-journalism/?utm

2) DuBosar, E., Hmielowski, J. D., & Rasul, M. E.(2025), <In Diversity We Trust? Examining the Effect of Political Newsroom Diversity on Media Trust, Use, and Avoidance>, Communication Research

3) Saleem, M., Hawkins, I., Rains, S. A., Mastro, D., & Coles, S.(2025), <Media Depictions of Minority Groups: A Meta-Analytic Review Examining the Effects of Positive and Negative Portrayals on Outgroup Evaluations>, Media Psychology, pp.1-31

4) 가장 최근 인도 총조사인 2011년 조사를 기준으로 1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방언은 121개에 달한다. 인도에서 사용되는 언어 수를 수백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5) 남인도는 타밀나두(공용어: 타밀어), 카르나타카(공용어: 카나다어), 케랄라(공용어: 말라야람), 안드라프라데시(공용어: 텔루구어), 텔랑가나(공용어: 텔루구어) 다섯 개 주를 지칭한다. 다섯 주의 네 개 공용어는 모두 드라비다 어족에 속한다.

6) 산스크리트어 ‘달리타’에 어원을 둔 단어로 ‘짓밟힌, 억눌린, 소외된 사람들(the oppressed)’을 뜻한다. 인도 전통 카스트 체계에서 불가촉천민(untouchable)으로 분류되던 집단을 의미하며 카스트 차별 금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불평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7) 산스크리트어로 ‘아디’는 ‘처음’ 또는 ‘원래’를 의미하고 ‘바시’는 ‘거주자’를 의미한다. 인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리아인과 드라비다인이 인도아대륙에 들어오기 전부터 거주했던 토착민의 후예로 여겨진다. 아디바시는 인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다양한 언어, 문화, 종교적 관습을 가진 

수백 개의 서로 다른 부족 집단을 통칭하는 말이다.

8) <Who tells our stories matters: Representation of caste groups in Indian newsroom>, Oxfam India & Newslaundry, 2022,  https://d1ns4ht6ytuzzo.cloudfront.net/oxfamdata/oxfamdatapublic/2022-10/TMR%202022%20Caste%20Report_Final%208mb.pdf

9) 인도 OBC 비율을 정확하게 조사한 자료는 없다. 적게는 40% 수준, 많게는 50% 초반으로 보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보수적으로 40%로 표시했다.

10) <Gender representation in Indian newsroom>, Newslaundry, 2022, https://www.newslaundry.com/

11) Binny, M.(2022), <Tracing contours of hate speech in India in the pandemic year; The curious case of online hate speech against Muslims and Dalits during the pandemic>, Contemporary Voice of Dalit, pp.1-12

12) Ahuja, A. & Singh, R.(2023), <Hierarchy in protest: A comparison of Dalit and upper-caste agitations. in S. Pai, D. S. Babu, & R. Verma (Eds.)> Dalits in the new millennium, pp.166-189, Cambridge University Press

13) Arguedas, A. R., Banerjee, S., Mont’Alverne, C., Toff, B., Fletcher, R., & Nielsen, R. K. (2023), <News for the powerful and privileged: How misrepresentation and underrepresentation of disadvantaged communities undermine their trust in news>, Reuters Institute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맹현철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5-11-28
  • 조회수 : 6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