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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 인도_ 인도 언론의 기후 보도 양상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09-26

9월 중순에 끝이 난 2025년 인도 몬순(우기)은 여느 해보다 더 큰 피해를 남겼다. 매우 흔한 수사를 동원해 표현하자면, 올해 인도 전역은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큰 피해를 봤다. 북인도의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와 비하르(Bihar)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인도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 뭄바이(Mumbai)를 주도로 삼고 있는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에서 8월에 폭우와 홍수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24명이다. 델리 도심은 하수 역류와 교통마비로 사실상 도시 기능이 일부분 중단됐다. 

 

인도 언론은 연일 비 피해 상황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홍수 피해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BBC는 <올해 몬순은 왜 더 치명적이었나>라는 제목으로 올해 홍수 피해 원인을 다루는 기사를 냈다.1) 기후변화로 인한 몬순 기간 강우 패턴 변화, 보기 드문 서풍(西風)의 교란, 급류와 산사태를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산악 지대의 영향, 그리고 무분별한 인프라 개발 등의 원인으로 올해 홍수 피해가 여느 해보다 더 컸다는 설명이다. 

 

작년에는 케랄라(Kerala)의 와야나드(Wayanad) 지역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약 2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기후 연구 단체인 WWA는 와야나드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 사이클론, 산사태, 대기오염은 인도가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재난과 재난 보도가 일상화된 인도에서 이 문제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와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근원적 문제 외면, 약자 소외되고 지역 편향 드러나

 

인도의 기후변화와 재난 보도에서는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로 대부분 재난이라는 사건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그 이면의 근원적이고 더 큰 문제인 기후변화와 기후 위기에는 관심이 덜하다. 2023년 델리 폭염 당시 언론은 ‘49도 최고 기온 돌파’와 ‘응급실 과부하’ 등을 주로 다뤘지만, 도시 열섬 현상이나 기후변화와의 구조적 연관성을 밝힌 기사는 드물었다. 2002~2007년까지 인도 주요 영자신문의 기후 관련 기사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관련 기사는 전체 기사의 0.6%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집중적으로 보도했다.2)

 

이후 20년 가까이 재난이 늘어나 기후 관련 기사 비율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재난 발생 시점에 집중된 사건 중심 기사라는 특징은 변함이 없다. 이런 사건 중심의 보도는 순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과 정책적 대안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두 번째로 불평등한 보도 경향이 기후변화와 재난과 관련해서도 드러난다. 2017년 뭄바이 홍수 보도에서 인도 주요 영자신문은 금융 지구 마비와 기업 손실을 크게 다뤘지만, 빈민가 주민 사망과 주거 파괴는 간단하게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인도 경제의 중심지인 뭄바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빈민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언론은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3) 주로 북인도 델리에 거점을 둔, 인도 전국을 대상으로 발간하는 영자신문은 북인도의 피해를 다른 지역의 피해보다 더 많이 보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0년 사이클론 니스르가가 마하라슈트라와 케랄라를 강타했을 때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전국지에서는 델리 대기오염에 비해 비중이 작았다. 이는 남인도의 재난에도 마찬가지로 드러난다. 북인도와 남인도는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데, 남인도는 경제적으로는 더 발전했지만, 정치·언론 권력은 북인도에 더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따라 변해, 전문기자 부족 문제 지적도

 

세 번째로 재난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보도 내용과 어조가 달라지는 점을 재난 보도의 한계로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델리 대기오염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주 정부의 공방을 들 수 있다. 2025년 2월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패하기 전까지 야당인 AAP(Aam Aadmi Party, 보통 사람들의 당)가 델리 주 정부의 과반을 얻었다. 2021년 겨울 델리의 대기질지수가 999까지 치솟자, 중앙정부와 주 정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했다. 친정부 성향 언론은 추수가 끝난 이후 농민이 짚을 태운 것이 델리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 지적하며,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AAP의 무능을 질타했다. 진보 성향 언론은 더 거시적이며 산업적인 원인인 차량 배기가스, 산업 오염, 전국 단위의 협력 체계 부재 등을 강조했다. 언론은 정치 성향에 따라서 원인, 책임 소재, 해결 방안을 다르게 보도하고, 결과적으로 통합적인 해결책 모색에 걸림돌이 됐다.

 

인도 주요 언론은 친정부 성향을 띠는데, 재난을 사건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닌 기후 변화의 어젠다로 기사 내용을 선정할 때 편향성이 드러난다. 2021년 모디 총리가 COP26에서 207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을 때 주요 언론은 이를 보도하며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정부를 극찬하기 바빴다.4) 이뿐 아니라 인도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제시할 때마다 주요 언론은 모디 총리가 기후변화 어젠다를 국제적으로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인도는 여전히 세계 3위의 석탄 소비국이며, 2022년 기준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언론은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정책 목표 제시와 선언은 대대적으로 보도하지만 산업 구조의 한계는 축소 또는 은폐되고 있다. 이는 인도 정부와 언론에서 종종 사용하는 기후 정의 담론과도 관련이 있다. 인도 언론은 기후 위기가 선진국의 오랜 산업화의 결과이며, 현재 발전 중인 인도는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제약을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은 아니다. 한편 언론은 같은 피해자 위치에 있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대표로 인도를 내세우며, 인도가 글로벌 사우스의 기후 위기 어젠다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더불어 이를 국가 이미지 고양뿐 아니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도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인도 잠무(Jammu)에서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집의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기후 전문기자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해 언론인은 연구자와 대중 사이의 매개자이며, 연구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로 알려야 한다. 네이처는 인도 기후 재난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보도할 편집자, 훈련받은 기자가 적어 과학 기사가 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5) 2013년에도 인도의 과학·환경 전문기자 부족이 지적됐는데,6) 당시의 문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 언론인에게 이 문제는 더 큰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 발표된 알자지라의 기사를 보면, 인도 지역 언론 기자들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몰랐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7)


기후 위기 담론을 다루는 언론의 자세

 

이상 기후변화와 기후 재난 관련 인도 미디어의 특징을 정리해 봤다. 사건 중심의 단발성 보고, 지역 및 계층에 따른 불평등이 반영된 뉴스,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향된 보도, 세계적 문제인 기후 위기 담론을 이른바 ‘국뽕’에 소비하는 모습, 전문적인 기후 및 환경 기자 부족 등이 기후 변화 및 재난 관련 인도 언론의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내용이 긍정적인 내용을 압도한다. 한편, 한국의 언론은 이보다 나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 언론은 사건 중심의 단발성 보도를 넘어 거시적인 이슈를 다루거나 원인을 깊이 파고드는 기사를 쓰고 있는지, 지지 정당 또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편향되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기후변화 기사를 쓸 인적 자원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에 대한 답은 마케팅과 인도 지역학을 연구하는 필자보다 한국 언론을 잘 아는, 이 책의 주 독자인 언론계 종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 Navin Singh Khadka, <Why monsoon rains have been so deadly in India this year>, BBC, 2025.9.9, https://www.bbc.com/news/articles/c9wdr08wq2zo 

2) Billett, S.(2010), <Dividing climate change: global warming in the Indian mass media>, Climatic change, 99(1), pp.1-16

3) Aarefa Johari, <Wednesday woes: Many Mumbai working-class residents drain out their homes, salvage belongings>, Scroll.in, 2017.8.31, https://scroll.in/article/849067/in-the-mumbai-floods-on-tuesday-working-class-residents-suffered-the-most

4) Arunabha Ghosh, <India has shown what climate leadership looks like>, The Indian Express, 2021.11.6, https://indianexpress.com/article/opinion/columns/india-cop26-un-climate-change-7607694/

5) Subhra Priyadarshini, <Why newsrooms must rethink science journalism before the next crisis>, Nature India, 2025.7.31, https://www.nature.com/articles/d44151-025-00139-6 

6) Archita Bhatta, <Why don’t Indian media write more on climate change?>, Thomson Reuters Foundation, 2013.10.21, https://news.trust.org/item/20131021054946-ld7ms/ 

7) Saurabh Sharma, <‘I had no idea how to report on this’ - local journalists tracking climate change stories>, Al Jazeera Journalism Review, 2023.9.13, https://institute.aljazeera.net/en/ajr/article/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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