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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본고장인 미국은 데이터 소유·활용과 관련된 논의가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틱톡에 대한 규제다. 틱톡을 둘러싼 데이터 주권 관련 쟁점과 미국 언론이 이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데이터 주권은 국가나 개인이 자기 데이터의 소유 범위와 사용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개인정보 보호나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개념이다. 미국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본고장이자 현재는 디지털 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테크 기업의 성장과 성공, 그리고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AI 시대의 핵심 요소인 만큼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한 이슈와 논의는 미국에서도 활발하다.
데이터 주권과 보호 관련 미국 규제 현황
데이터 주권은 크게 국가 차원과 개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은 자국민의 데이터에 대한 주권 확보를 통해 해외 사업자 및 국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클 것이고, 개인 차원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목적이 클 것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포괄적인 개인 데이터 보호 정책이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정보 분야별로 정책이 산발적으로 존재한다. 의료 정보 보호와 보안을 위한 법률로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금융 정보 보호와 관련된 GLBA(Gramm-Leach-Bliley Act), 13세 이하 아동의 온라인 정보 수집 보호를 위한 COPPA(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그리고 학생의 교육 기록 보호를 위한 FERPA(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 정도가 있다.
특정 분야 외에도 각 주마다 개인의 데이터 주권과 관련해 다른 규제가 존재하는데,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법(CCPA)과 캘리포니아 프라이버시 권리법(CPRA)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방 차원의 프라이버시 법률 제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연방 거래 위원회(FTC)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데이터 보호와 관련된 주요 사안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개인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라면 HIPAA에 따라야 하며 캘리포니아의 경우 CCPA, CPRA를 통해 해외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데이터 주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 규제들은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주권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외에는 2018년 제정된 CLOUD Act(Clarifying Lawful Overseas Use of Data Act)가 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해외에 저장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
령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령이라기보다는 법 집행기관이 해외에 저장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제 범죄 수사를 강화하고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미국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관리하는 데이터에 적용되고, 특정 조건 아래에서는 다른 국가와 상호 법적 협정을 맺을 수 있다.
미·중 디지털 냉전과 디지털 주권 강화 움직임
데이터 주권 관련 최근 동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혹자는 ‘디지털 냉전’으로도 표현하는 미국과 중국 간의 디지털 패권 경쟁이다. 2024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적대국에 미국인의 민감한 데이터 판매를 막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특히 유전자 데이터, 생체 인식 데이터, 개인 건강 정보, 위치 정보 및 금융 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이 행정명령은 규모가 커지고 있는 데이터 브로커 산업에 대한 규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나온 첫 조치로,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데이터 보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McCabe, 2024).
이는 고조되고 있는 중국과의 디지털 냉전의 일환이다. 일례로 지난 2023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내 주요 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다(Baker & Sanger, 2023). 기술 수출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점진적으로 제재를 강화해 왔고(Swanson, 2023), 올 5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화웨이와 ZTE를 포함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간주되는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유통되는 통신 장비에 대한 품질 시험과 인증을 낼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Shepardson, 2024).
나아가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틱톡에 대한 규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틱톡을 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인에 대해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틱톡과 중국의 연결 고리를 의심, 국가 안보 이슈로 시작된 논란은 결국 틱톡 CEO의 청문회 참석으로 이어졌다(McCabe & Kang, 2023; Mims, 2023; Zakrzewski & Stein, 2023).
결과적으로 틱톡이 미국 회사에 인수돼 미국 사업을 이어가지 않으면 퇴출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올해 3월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상원을 통과해 4월 최종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인을 받아 처리됐다(Allyn, 2024b).
이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 대부분은 이 법안이 미국 이용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리·전달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법안이 틱톡에 허락한 시간은 길어야 1년 남짓이지만 틱톡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와 법리적 싸움을 이어가기로 한 만큼 틱톡이 실질적으로 퇴출되고 사용할 수 없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을 것이라는 중론이다(Allyn, 2024c; The Associated Press, 2024).

일부 주요 대학 법학자들은 틱톡 퇴출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증거 없이는 해당 퇴출 법안이 표현의 자유에 반해 위헌으로 판결 날 가능성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틱톡이 미국의 데이터 관련 국가 안보 우려 대응을 위한 자체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한 텍사스 프로젝트(Project Texas)에 약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를 투입, 오라클(Oracle)과 협력해 미국인의 데이터 보안 확보를 약속한 만큼 서비스 퇴출이 최선책인지 방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Allyn, 2024d). 한편, 미니애폴리스의 지역 언론은 이곳에서 틱톡이 진행한 미디어 발표를 보도하며 지역 소상공인들이 틱톡을 통해 성공을 겪는 케이스들을 소개하기도 했다(Murphy, 2024). 모두를 위한 인터넷을 추구하는 비영리 시민단체인 인터넷 소사이어티(ISOC, The Internet Society)는 2023년 주 차원에서 처음으로 틱톡 사용을 금지한 몬타나주의 법안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를 지역적으로 통제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양의 사용자 데이터 수집이 필요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앱을 금지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York & Morris, 2024).
데이터 주권과 관련해 미국에서 현재까지 가장 이슈가 된 사안은 틱톡 금지 법안에 대한 것이다. 미국인 사용자들, 특히 젊은 세대 사용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과 같은 미국의 소셜미디어 및 인터넷 기업들이 사실상 해외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 온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유럽의 GDPR과 같은 포괄적이고 강력한 데이터 주권 및 프라이버시 정책에 부딪혀 온 것처럼 이제는 중국 기업을 미국이 규제하려고 하는데 준비가 안 된 모양새이기도 하다.
현재는 틱톡 퇴출 법안이 데이터 주권 논의의 중심에 있지만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진정한 이유라면 중국 정부는 이미 데이터 브로커들을 통해 비슷한 종류의 미국인 관련 데이터를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만큼 틱톡 퇴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컬럼비아대 KFAI(Knight First Amendment Institute)의 자밀 자퍼(Jameel Ja䞲er)의 지적을 눈여겨 볼 만하다(Allyn, 2024a). 이런 측면에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데이터 브로커와 관련해 내린 행정명령이 데이터 주권의 측면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가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