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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디지털 세계의 국경 문제: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보호주의]세계 언론의 '데이터 주권' 보도: 일본_개인정보 문제인가? 네이버 지분 문제인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7-26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한국 언론의 시각은 일본의 ‘라인 뺏기’ 시도에 방점을 두는 편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언론은 어떨까. ‘디지털 주권’, ‘데이터 주권’ 문제로 접근하며 우리와는 온도 차를 지닌 일본 언론의 보도 관점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을 둘러싼 한일전이 뜨겁다. 디지털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은 물론 ‘21세기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를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스코어는 반도체 강국이자 디지털 선도국인 한국의 우세다. 절치부심한 일본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늘리고,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즉, 한국이 치고 나간 상황에서 일본이 반격하는 형세다.

 

일본 최대 메신저 회사인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분 매각을 둘러싼 문제도 이런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선 ‘한국 지우기’, ‘성장 산업 뺏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본에선 크게는 ‘디지털 주권’, 좁게는 ‘데이터 주권’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라인야후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일본 현직 기자의 반응을 간단히 옮겨본다. 

 

“카카오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해외에 유출됐다면 한국 정부와 언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지난 3월 말 기준, 월간 사용자 약 9,700만 명)인 라인(LINE)의 정보 유출 사태(지난해 11월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주무 부처인 총무성)의 입장만 충실히 보도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알지만, ‘데이터 주권 보호가 우선’이란 컨센서스(consensus)가 있다. 저널리즘 관점보다 국익 관점에서 뉴스를 다룰 수밖에 없다.”


여론 동요 없이, ‘데이터 주권’ 강조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의 여론은 차분한 편이다. 한국과 달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만큼 보도 양태에서 한일 언론 간 온도 차도 상당하다. 사태 초기, 일본 언론은 사실 전달에 치중했다.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총무성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행정지도를 한 사안을 충실히 담는 수준이었다. 비중도 적어 주로 경제면 한쪽에 기사가 실리곤 했다. 

 

문제는 총무성이 행정지도에서 제시한 모기업인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였다. 현재 라인야후의 지주회사인 A홀딩스에 대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은 ‘50 대 50’ 구조다. 사실상 총무성의 요청은 네이버의 지분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쟁점을 둘러싼 한일 언론의 해석은 극명히 엇갈렸다. 일본 언론의 보도 흐름을 종합해 보면 일본 정부가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글로벌 투자라는 관점에서 다소 지나친 부분은 있으나, 보안상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지시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방아쇠를 당긴 건 한국 언론이었다. 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가 도쿄발로 <네이버, 日 라인 경영권 잃나…日정부가 지분 매각 압박>1)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 송고하고, 이튿날 조간에 <적대국 대하듯… 일본, 한국 IT기업에 “지분 팔고 떠나라”>2)라는 제목으로 더 크게 보도하면서다. 이후 한국 언론은 라인야후 사태를 한일 간 대립의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선 일본의 ‘라인 뺏기’ 시도로 평가하는 보도가 일제히 쏟아졌다. 

 

이처럼 한국에서 반발이 본격화된 이후로도 일본 언론의 보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지켜보자’라는 기류가 강했다.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지난 5월 8일 이데자와 다케시(⮂屴Ⱀ) 라인야후 사장의 결산 기자회견 직후 주요 신문의 보도에서도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의 경우 5월 9일 자 조간 경제면에 전날 라인야후 측이 밝힌 시정 계획(네이버의 서비스 개발 업무 배제 등)을 보도하면서 한국 내 반발 움직임만 짧게 소개했다.3) 한일 간 경제·산업 이슈에 민감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외교 현안으로 불거질 가능성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날 관련 기사를 냈다.4)


다만, 같은 날 아사히신문은 사태를 키운 원인을 다룬 기사에서 일본 정부가 행정지도와 별개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신경쓰는 모습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총무성 간부는 신문에 “행정지도는 경제·안보와 무관하다”며 “설령 한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같은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5)


거물 정치인의 등장…행간의 의미는

 

지난 6월 이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서도 큰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6월 21일 <라인야후 정보 유출, 네이버 ‘지배’의 재검토 압박한 정부에 손 마사요시(孫正義, 한국명 손정의) 회장은>6)이라는 제하 기사에서 유력 정치인을 등장시켰다.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지시한 배경에 집권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이 개입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13선(중의원)의 경제통인 아마리 본부장은 간사장(幹事長)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자민당 간사장은 한국 정당의 사무총장에 해당하는데,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당 총재인 총리를 대신하는 만큼 권한이 막대한 실권자다.

 

게다가 아마리 본부장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2021년 9월 총재선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고, 기시다 총리가 당선되자 간사장을 맡으며 보좌한 실세 중의 실세였다. 이런 아마리 본부장이 기업 총수를 만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그 무게감은 다르다. 신문이 전한 그의 말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방법은 그쪽(소프트뱅크)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인프라(기반 시설)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이뤄지게 해 달라. (…) 라인은 일본에서 약 9,700만 명이 사용한다. 행정서비스에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아 (라인은) 국민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반 시설이다. 확실히 투자해 데이터를 보호하는 체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인 리스크가 된다.”

 

마이니치는 이 같은 요구에 손 회장이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특이한 건 이런 대화의 출처다. 신문은 ‘총무성’을 인용하면서도 ‘관계자’나 ‘소식통’ 등 통상적인 익명의 출처 표시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아마리 본부장에게 직접 들었다는 뉘앙스였다. ‘극적으로 개선된 한일 관계를 다시 해칠 수 있다’는 한국 언론의 지적에 압박 받아온 총무성을 구하기 위해 정계 거물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라인야후 사태가 행정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기사의 행간을 통해 다음 스텝을 내다보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라인야후 측은 지난 7월 1일 총무성에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당장 청산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보고서에서 해당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모회사인 A홀딩스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A홀딩스 주주인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에 의뢰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양사 간에 단기적인 자본 이동이 곤란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 양사 모두 협력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라인야후도) 논의가 진전되도록 계속 노력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라인야후는 ‘자본 관계 재검토’ 완료 목표 시한을 보고서에 명시하지 않았다. 보고서를 받아 든 총무성 역시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총무상은 지난 7월 5일 각의(閣議, 한국의 국무회의에 해당) 후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 측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속한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서에서 읽을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쓰모토 총무상은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와 관련한 질문엔 “자본 관계의 재검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보안 거버넌스 확보 방안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다”고 답했다.7)


이런 결론만 뜯어 놓고 보면, 한일 관계를 고려한 정치가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지분 인수 협상 자체가 장기화하는 형국이다. 이후 라인야후 사태는 냉각기로 들어간 상태다. 일본 언론에서도 라인야후의 지분 관련 뉴스는 보기 드문 상황이 됐다. 


네이버웹툰 상장…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라인야후 사태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언론의 네이버 관련 보도에서 특이 동향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현지 시각) 네이버의 핵심 사업인 네이버웹툰이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미국 뉴욕증시(NASDAQ, 나스닥)에 상장하자 닛케이가 이튿날 이를 반기는 분석 기사를 냈다.8)

 

신문은 우선 네이버웹툰(상장기업명 웹툰)의 지배 구조에 주목했다. 닛케이는 “네이버가 지분 63.4%, 라인야후가 24.7%를 보유하고 있다”며 “(웹툰은) 일본발 작품의 해외 진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일본 작가들에게도 자신의 작품을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데이터 주권’을 위협하던 네이버가 여기선 일본의 대표 산업인 ‘망가(悹氺)’의 구세주인냥 묘사된 셈이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 언론이 합심해 ‘네이버와 모든 관계를 끊으라’는 메시지를 일제히 내던 모습과도 딴판이다. 이쯤 되면 속내를 얘기해준 일본 기자의 말대로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른다. 라인야후 사태를 다루는 일본 언론의 관점은 저널리즘이 아닌 국익이 맞다. 

 

 

 

 

 

 

1) 성호철, <네이버, 日 라인 경영권 잃나... 日정부가 지분 매각 압박>, 조선일보, 2024.4.24,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japan/2024/04/24/DLUL3YTJ6NDVZNHGPUGWWVIMGM

2) 성호철, <적대국 대하듯… 일본, 한국 IT기업에 “지분 팔고 떠나라”>, 조선일보, 2024.4.25,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4/04/25/A55KR3MM5RB6HIIQJZ5OGILFPI/

3) <LINEヤフー、韓国IT大手・ネイバーへの業務委託を終了へ…韓国では行政指導に反発強まる>, 讀賣新聞, 2024.5.9, https://www.yomiuri.co.jp/economy/20240508-OYT1T50212/

4) <LINEヤフー、ネイバーへ開発委託終了 出沢社長が表明>, 日本経済新聞, 2024.5.8,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UC247OC0U4A420C2000000/

5) <「甘く見過ぎ」怒った総務省 LINEヤフー、ネイバーへの委託「ゼロ」に>, 朝日新聞, 2024.5.9, https://digital.asahi.com/articles/DA3S15930263.html?iref=pc_ss_date_article

6) 藤渕志保·古屋敷尚子, <LINEヤフー情報流出 ネイバー「支配」見直し迫る政府に孫正義氏は>, 毎日新聞, 2024.6.21, https://mainichi.jp/articles/20240620/k00/00m/020/371000c

7) <LINE流出防止策を評価 総務相>, 毎日新聞, 2024.7.6, https://mainichi.jp/articles/20240706/ddm/008/020/064000c
8) <ネイバー漫画事業が米上場 世界展開へ作家育成・AI投資>, 日本経済新聞, 2024.6.28,  https://www.nikkei.com/article/DGXZQOGM271YL0X20C24A6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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