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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16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를 입법화하기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현 야당인 자유연립당 대표 피터 더튼(Peter Dutton)은 자유연립당이 선거에 승리하면, 정부 구성 후 100일 이내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사들의 이용자 연령 16세 확인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1) 현 호주 총리이자 노동당 대표인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도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입법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초당파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024~25년 연방 예산 발표에서 소셜미디어 및 기타 온라인 콘텐츠 접속 시 사용자의 연령을 확인하는 연령 인증 기술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예산으로 650만 호주 달러(약 58억 원)를 배정했다. 또한, 지난 5월 남호주(South Australia) 정부는 호주에서 가장 먼저 14세 미만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입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 입법 초안에 따르면, 13세 이하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접근이 금지되며, 14~15세 청소년은 계정에 접근하기 위해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엑스(X)와 호주 정부의 마찰이 입법 가속화해
이런 입법 배경에는 어린이,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 호주 젊은 층의 정신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리치아웃오스트레일리아(ReachOut Australia)가 2023년 4월, 12~18세 자녀를 둔 631명의 호주 학부모(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2)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자녀의 소셜미디어 이용에 우려를 표했으며, 56%는 자녀의 소셜미디어 이용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응답했다.
또한, 호주에서는 현재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입법을 지지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라디오 방송 노바(Nova) 96.9FM 진행자 마이클 “위파” 위플리(Michael “Wippa” Wipfli)의 캠페인 ‘36 Months-Raising the age for social media citizenship’3)과 뉴스코퍼레이션의 ‘Let Them Be Kids’4)캠페인이 그 예다. 이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이용 가능 최소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최근 호주 사회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소셜미디어 X CEO 일론 머스크와 호주 정부 간의 마찰은 이러한 입법화 추진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4년 4월 15일, 시드니 서부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주교와 성직자가 TV로 생중계되는 예배 도중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교를 공격한 혐의로 16세 무슬림 소년이 체포됐으며,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은 이를 극단적인 종교적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테러 행위로 규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흉기 난동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사회적 파장을 우려한 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은 지난 4월 22일 X에 영상 게시물 차단을 명령했다. X는 호주 내에서의 해당 동영상 접근을 차단했지만, 서버에서 삭제하지 않아 호주 외에서는 여전히 이 영상을 볼 수 있으며 호주 내에서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동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호주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연방법원은 4월 22일 관련 영상을 이틀간 내리라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어길 경우 위반 건당 78만 2,500 호주달러(약 7억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후, 온라인안전국은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이틀간의 가처분 명령을 연장해 줄 것을 연방법원에 요청했으나 지난달 법원이 최종 심리를 앞두고 연장을 거부하자 이 사건을 철회했다. 2021년에 통과된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에 따라, 온라인안전국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심각한 폭력 행위나 혐오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 차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또한, 불법적이거나 게시가 제한된 콘텐츠가 어디에 호스팅되든 상관없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도 갖게 됐다. 온라인안전국은 온라인안전법에 근거해 권한을 부여받은 독립적인 규제 기관이다. 호주 정부는 이번 온라인안전국의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X 측은 호주에서 해당 영상의 노출을 차단한 결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한 국가가 인터넷 언론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온라인안전국의 조치를 ‘검열’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호주 연령 인증 기술 개발 로드맵
2023년 온라인안전국은 호주 연령 인증 기술 개발 로드맵(Roadmap for Age Verification)5)을 발표했다(이하 로드맵). 연령 인증 기술은 사용자가 연령에 적합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에서 사용자 연령을 확인하거나 추정하는 방법과 기술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는 연령 확인(사용자가 나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과 연령 추정(AI나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이나 외모를 기반으로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 포함되는데, 미성년자를 포르노나 도박과 같은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연령 제한 서비스에 대한 법적 요구 사항을 준수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온라인안전국이 발표한 이 로드맵은 연령 인증 의무화의 효율성을 평가하고, 어떤 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를 탐색해 정부의 대응을 돕고자 한다. 로드맵의 발간 과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구자들이 참여·협의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온라인 성인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호주 내에서 접속 가능한 소셜미디어, 게임, 온라인 비디오 콘텐츠 플랫폼의 연령 인증 제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안면 인식 및 정부 발급 신분증을 통해 연령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연령 인증을 의무화하는 서비스는 메타와 틱톡에 국한돼 있다. 틱톡, 로블록스, 스냅 등 일부 플랫폼은 언어 분석 및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의 연령을 추적해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편, 로드맵은 연령 인증 기술이 이용자 데이터의 수집·저장·사용에 있어 심각한 프라이버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미 산업 전반에서 생체 인식 기술(얼굴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한 연령 인증이 시행되고 있으나, 현재의 연령 확인 또는 추정 기술은 프라이버시, 보안, 효과성 및 구현 측면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로드맵은 강조하고 있다.
온라인안전국이 발표한 로드맵에 대해, 앨버니지 정부는 연령 인증 절차 도입에 대한 여러 논란이 존재함에도, 효율적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포괄적인 연령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산업 규정 도입과 기존 산업 규정의 실행 강화를 강조하며, 연령 인증 절차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8가지 주요 산업 분야를 지정했다.
△ 소셜미디어 서비스(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 관련 전자 서비스(예: 메시징, 이메일, 비디오 통신 및 온라인 게임 서비스에 사용되는 서비스, 지메일 및 왓츠앱 포함)
△ 지정된 인터넷 서비스(예: 웹사이트 및 최종 사용자 온라인 저장 및 공유 서비스, 드롭박스 및 구글드라이브 포함)
△ 인터넷 검색 엔진 서비스(예: 구글 검색 및 마이크로소프트 빙)
△ 앱 서비스(예: Apple IOS 및 구글 플레이 스토어)
△ 호스팅 서비스(예: 아마존 웹 서비스 및 NetDC)
△ 인터넷 제공 서비스(예: 텔스트라(Telstra), 아이넷(iiNet), 옵터스(Optus), TPG텔레콤(TPG Telecom) 및 호주브로드밴드(Aussie Broadband))
△ 인터넷에 연결되는 장비를 제조 및 공급하는 제조업체와 이를 유지 관리·설치하는 업체(예: 모뎀, 스마트 TV, 전화기, 태블릿, 스마트 홈 기기, 전자책 리더기 등)
세계의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법안 추진과 논란
실질적으로 호주를 포함해 다른 많은 국가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온라인 콘텐츠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2015년, 유럽연합은 부모의 동의 없이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는데, 이 법안은 디지털 플랫폼사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규정이 어린이와 청소년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법안은 각국이 연령 제한을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수정됐으며, 영국은 13세 이하로 이용 제한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에 프랑스는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2023년 새로 도입된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과 같은 플랫폼이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광고를 타깃팅하는 것을 금지했다. 2023년 미국에서는 유타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어 지난 3월에는 플로리다주가 14세 미만 어린이들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14세와 15세 어린이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려면 부모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치권의 적극적인 입법 조치와 관련해, 한편으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과 디지털 기회 박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줄리 인먼 그랜트(Julie Inman Grant) 온라인안전국 국장은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 입법화를 “어린이들에게 수영을 금지하는 것”에 비유한 바 있다. 온라인안전국은 또한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참여 기회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안전국이 실시한 14~17세 LGBTQIA+(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온라인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6)에 따르면, 온라인 경험은 위험과 기회가 혼재돼 있으며, 종종 온라인 학대, 혐오 발언,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LGBTQIA+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친구를 찾고,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성 건강 정보를 찾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장애가 있는 청소년이나 원주민 출신 청소년처럼 다른 곳에서 사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소셜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금지가 특정 도구에만 적용될 것인지, 아니면 목적에 관계 없이 모든 플랫폼에 적용될 것인지 신중히 고려해야 하며, 개별적인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연령 제한이 UN 아동권리 협약에서 선언한 어린이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7) 정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온라인 접근 제한 및 금지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잠재적 충돌을 신중하게 조율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정치권의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 입법화 추진에 대해 호주 청소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이 십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호주의 스트리밍 뉴스 채널 ‘식스 뉴스(6 News Australia)’를 운영하는 16세 소년 레오나르도 푸글리시(Leonardo Puglisi)는 정치권의 16세 미만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 입법화를 비판하며, 전면 금지는 효율적이지 않으며, 정부가 젊은 층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주 공영방송의 어린이 뉴스 프로그램 <Behind the News>는 이번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각에서 흥미로운 영상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8)
어린이들이 정보를 접하고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세계 각국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려는 입법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 산업은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연령 인증 기술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받고 있다. 연령 인증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 개입이 수반하는 여러 가지 위험 요소를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교육의 확대와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1) Sakkal, P., <Facebook is scanning some users’ faces to verify age. The Coalition wants laws that go further>, The Sydney Morning Herald, 2024.6.14, https://www.smh.com.au/politics/federal/facebook-is-scanning-some-users-faces-to-verify-age-the-coalitionwants-laws-that-go-further-20240613-5jll5.html
2) <New research from ReachOut on teens and tech, connecting parents and carers with insights and support>, Reachout, 2024.2.19, https://about.au.reachout.com/blog/new-research-from-reachout-on-teens-and-tech-connecting-parents-and-carers-with-insightsand-support
3) https://www.36months.com.au/#platforms
4) https://www.dailytelegraph.com.au/topics/let-them-be-kids
5) https://www.esafety.gov.au/about-us/consultation-cooperation/age-verification
6) https://www.esafety.gov.au/research/the-digital-lives-of-young-lgbtiq-people
7) Lisa M. Given, <Tech solutions to limit kids’ access to social media are fraught with problems, including privacy>, The Conversation, 2024.6.11, https://theconversation.com/tech-solutions-to-limit-kids-access-to-social-media-are-fraught-with-problems-includingprivacy-risks-2316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