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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인도의 언론자유지수는 31.28점으로 180개 국가 중에서 159위를 차지했다. 2023년과 비교해 순위는 두 계단 상승했으나 점수는 5.34점 낮아졌다. 2000년대 전 세계 120위 수준을 유지하던 인도의 언론자유지수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취임 직전인 2013년부터 크게 나빠져서 140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2022년에 150위, 2023년에 161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모디 정부의 정치 이데올로기인 힌두국수주의와 정부의 언론 통제로 인해서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20년대부터 언론자유지수가 크게 악화한 데에는 모디 정부의 영향이 분명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모디 정권에서 중앙정부가 전략적으로 언론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실제 언론 지형이 친정부 성향으로 더 많이 기울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이 현상을 ‘고디 미디어(Godi Media)’라는 표현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고디 미디어는 힌디어로 무릎을 뜻하는 ‘고디’에 미디어를 합성한 단어인데, 이 표현에서 고디는 사람 무릎에 앉아 있는 작은 강아지를 의미한다. 즉, ‘주인 무릎에 앉아 있는 작은 강아지 같은 미디어’라는 의미다. 이 단어는 2016년경에 모디 정권에 비판적인 유명 언론인 라비시 쿠마르(Ravish Kumar)가 사용했고 이후에 모디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주로 쓰고 있다. 하지만 인도 언론자유지수의 하락을 모디 정권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인도 언론이 가지는 구조적인 취약성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싼 일간지 가격, 배경은?
인도 일간지 가격은 언어, 발행 요일 등에 따라 다른데, 전국으로 유통되는 영어 일간지 평일 판 가격은 5루피(약 80원)에서 10루피(약 160원) 수준이다. 주말에 다양한 내용을 담아서 발행 지면 숫자를 늘리는 일부 영어 신문의 가격은 15루피(약 240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힌디어, 벵골어 등으로 쓴 지역 언어 일간지는 영어 일간지의 절반 가격에 팔린다. 월 구독료는 지역에 따라서 편차가 있는데, 힌두스탄 타임스의 경우 월 구독료가 120루피(약 1,900원)에서 200루피(약 3,200원) 사이다. 인도의 신문 가격은 인근 남아시아 국가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의 일간지보다 싸다. 일간지뿐 아니라 주간지나 월간지 등 잡지 가격 역시 싸다.
이렇게 싼 가격에 신문과 잡지를 발행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언론사들이 주로 정부광고를 통해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가장 큰 광고주는 중앙정부다. 인도 중앙정부는 주로 광고 및 시각 홍보국(Directorate of Advertising and Visual Publicity)을 통해 광고비를 집행한다. 2017년 인도 정부가 시청각홍보국을 통해서 지출한 총 광고비는 약 130억 루피(약 2,073억 원)이며, 이 중에서 신문 광고에 지출한 금액은 약 47억 루피(약 750억 원)다. 중앙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광고비 이외에도 공공기관과 공기업도 많은 돈을 광고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언론사의 수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결국 언론사가 중앙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이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더욱 심각해졌다.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강력한 봉쇄 조치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했다. 그리고 2020년 인도 경제는 큰 침체를 맞이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언론사 역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중앙정부에 구제를 요청했다. 언론사와 정부 사이에 갑을 관계가 더욱 명확하게 형성된 것이다. 한편, 인도 야당 지도자인 소냐 간디(Sonia Gandhi)는 모디 총리에게 정부가 지출하는 광고비를 다른 시급한 분야에 사용할 것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전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서 광고비보다 더 중요한 곳에 자원을 집중하라는 이 요청은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중앙정부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디 정부는 광고비를 크게 줄이지 않았으며,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워 나갔다. 2022년에 발표된 인도의 언론자유지수가 크게 하락한 이유에는 이런 맥락이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언론사의 수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건강하지 않은 이 구조는 모디 정부의 일만은 아니다. 이전 인도국민회의 정권에서도 지속됐다. 인도 언론자유지수 급락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이런 구조가 심화한 탓도 있지만,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이 이를 잘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0년 6월 19일 인도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아르빈드 구나세카르(Arvind Gunasekar)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렸다.1) 2020년 6월 중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던 상황에서 6월 19일 인도 정부는 주요 정당 대표를 소집해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아르빈드 기자에 따르면 아직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기자들은 정부가 제공한 회의 내용 보도 지침을 받았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여당은 중국의 인도 영토 침범 가능성을 두고 반중 입장을 내세웠지만 제1야당은 중국을 옹호했다. 또 다른 유명 언론인인 아카르 파텔(Aakar Patel)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대중 갈등에 대해서 언론사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상세하게 지침을 내렸고, 다수의 주요 언론사가 이 지침을 따랐다. 심지어 핵심 문구마저 정부가 지정했기 때문에 여러 언론이 유사한 제목과 핵심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2)
경제적 보상 따라 움직이는 인도 언론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민간 기업을 동원해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아다니 그룹의 NDTV 인수를 내세운다. 인도의 대기업 집단인 아다니 그룹은 2022년 NDTV를 인수했다. NDTV는 1984년에 설립된 뉴스 전문 매체로, 인도 최초로 24시간 종일 뉴스 채널을 개설한 공신력이 있는 언론사다.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를 많이 보도하던 NDTV는 인프라건설 분야를 중점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집단인 아다니 그룹에 인수됐다. 힌덴버그 보고서3) 때문에 한국 뉴스에도 거론된 아다니 그룹은 모디 정부와 아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디 총리와 동향 출신인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 총수는 인도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통해 주요 인프라 사업을 따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에너지, 발전, 송전, 인프라, 항만, 시멘트 등 국가 기간산업에서 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아다니 그룹은 본래 사업과 무관한 NDTV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NDTV의 인도 중앙정부에 대한 태도는 아다니 그룹 인수를 기준으로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모디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정부와 가장 가깝고 정부의 경제 개발에 가장 큰 수혜자인 아다니 그룹이 정부의 눈엣가시인 NDTV를 인수하여 친정부 언론사로 탈바꿈시켰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바람을 아다니 그룹이 실행에 옮겼는지 또는 아다니 그룹이 사업적 필요 때문에 NDTV를 인수했는지는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한편 시장의 반응이 재미있는데, 아다니 그룹이 NDTV를 인수한 이후 NDTV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물론 아다니 그룹의 NDTV 인수와 NDTV 주가 상승이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인수 후 정부를 향한 논조가 바뀐 후에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흥미롭다.
인도의 언론 자유에는 경제적인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2023년 텔레비전 영어 뉴스 중에서 시청 비율이 가장 높은 채널은 CNN-News18(35.3%)이며, 그 뒤를 리퍼블릭 TV(29.6%)가 따르고 있다. 3위는 인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Times Now(23.5%)다. 리퍼블릭 TV는 힌디어 방송도 하고 있으며, 리퍼블릭 TV의 힌디어 방송인 리퍼블릭 바랏은 힌디어 뉴스 시장에서 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는 인기 방송이다. 2019년 5월에 설립한 신생 뉴스 방송국이 빠르게 성장해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학자 크리스토프 자프렐로(Christophe Jafferlot)와 데이터 분석가 비항 줌레(Vihang Jumle)는 리퍼블릭 TV의 정치 토론 프로그램 1,779개를 분석했다.4)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리퍼블릭 TV의 인기 토론 프로그램은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심각하게 편향돼 있다. 해당 토론은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보다 야당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런 토론과 토론을 방송하는 방송국의 인기가 매우 높다는 점에 있다. 편향된 방송을 만들면 시청률이 높아지고, 이는 경제적 이득으로 이어진다. 때로는 언론사들이 시청률과 경제적 보상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하는 것이다.
이런 편향성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언론에서도 드러나지만, 지역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 언론에서 더 두드러진다. 언어, 문화, 종교 등 분야에서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이기 때문에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는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은 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다양성의 수준이 낮다. 구독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인도의 언론사들은 구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하게 마련이다. 전국 단위보다는 지역 단위 시청자 집단의 관심사가 동질적이며, 동질적인 관심사를 가진 집단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지역 방송이 더 편향적인 것이다. 특히 인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인 종교 갈등을 두고 지역 방송의 편향성은 더욱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힌두교 다수 지역에서 지역 시청자를 대상으로 지역의 언어로 보도되는 기사와 뉴스는 자극적이며 극단적이다.
목숨 거는 인도 기자들… 위협받는 언론인 안전
인도에서 언론인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인도에서 매년 3~4명의 기자가 업무와 관련되어 살해당하고 있다.5)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인권 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에서 1992년부터 2022년까지 58명의 언론인이 언론 보도와 관련해 살해당했다.
연평균 1.87명이 살해당한 것이다. 이를 모디 총리 집권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보면, 집권 이전에는 1.64명이지만 집권 기간에는 2.44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자료는 살해 원인이 밝혀진 경우만 집계하기 때문에 국경없는기자회 자료보다 더 작은 숫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가짜뉴스를 취재하던 가우리 란케시(Gauri Lankesh) 기자가 자택 앞에서 총을 맞고 살해당했다. 힌두 극단주의자에게 온라인으로 살해 위협을 받던 중에 사건이 벌어졌다. 2021년 인도 비하르주에서 가짜 병원을 취재하던 지역 독립 언론인 부디나트 자(Budhinath Jha) 기자가 실종 사흘 만에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됐다. 이 사건 한 달 전에는 안드라프라데시 지역 언론사 소속 첸나 케사부루(Chenna Kesavulu) 기자가 부패 경찰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첸나 케사부루 기자는 해당 경찰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고, 이후 인터뷰 약속을 잡은 후에 만난 자리에서 습격당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인도 언론자유지수 하락의 핵심적인 이유로 언론인의 안전 문제를 꼽았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언론의 자유 후퇴와 같은 중대한 문제점이 놓여 있다. 중앙정부 광고비에 크게 의존하는 언론 환경, 극단화되고 대립적인 정치·사회 상황에서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한 언론사의 자발적 편향성, 언론인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와 국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경제가 발전하는 만큼, 사회도 발전해 언론의 자유가 더불어 발전하는 인도가 되기를 소망한다.
1) https://x.com/arvindgunasekar/status/1273995220430909443?lang=en
2) Patel, A., <Price of the Modi Years>, Penguin Books, pp.56-61, 2022
3)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과 돈세탁, 탈세 등을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 편집자 주
4) Jaffrelot, C. & Jumle, V., <A Study of 1,779 Republic TV Debates Reveals that How the Channel Champions Narendra Modi>, The Caravan,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