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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일본_日열도 긴장시킨 난카이 대지진 예보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09-27

일본에서 지진은 일상이다. 수시로 전국 어딘가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알람이 울린다. 주민들은 탁상 위의 컵이 흔들릴 정도의 작은 지진에는 그다지 동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큰 지진이 오면 일본 사회는 극도로 긴장한다. 여전히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의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 8일 오후 4시 42분,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현 휴가나다(日向灘)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은 다시 한번 일본 사회를 긴장시켰다. 지진 피해가 컸던 건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거대 지진 주의’를 처음 발령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난카이(南海) 트로프(trough·해곡)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임시 정보’였다. 엄밀하게는 “평상시에 비해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니 대비하라”는 예비 경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 

 

난카이 트로프는 시즈오카(静岡)현의 스루가(駿河)만에서 휴가나다까지 이어지는 해역에서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고랑 형태의 해저 지형이다.1) 판의 경계에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수도권에서부터 나고야·오사카·고베 등 일본 내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앞서 일본 정부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 발생 확률이 향후 30년 이내에 70~80%에 이르며, 언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거대 지진 예보가 나오자 전 일본이 예민하게 움직였다. 최대 9일(8월 10~18일)에 이르는 일본 최대의 명절, 오봉(お盆) 연휴를 코앞에 두고 있어 주민들의 동요도 심했다. 소셜미디어에서 ‘6년 전 예언 글’이라며 마치 거대 지진을 기정사실로 하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생수·휴지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면서 마트의 매대가 순식간에 동난 모습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애매한 초기 정보가 이런 사회적 혼란을 자초했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주민 입장에서 일본의 재해 보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매한 초기 정보, 악몽이 된 오봉 연휴

 

일본 재해 보도의 중심은 NHK다. NHK는 ‘재해대책기본법’이 지정한 유일한 언론 공공기관이다. 대규모 재해 발생 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방재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필자도 여느 일본인처럼 휴가나다 지진 발생 당시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NHK부터 틀었다. 2016년부터 배포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이 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NHK는 재해 보도에서 ‘초동 대응’에 사활을 건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5약(선반·책장 등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수준) 이상의 흔들림이 감지되면 1초 뒤 NHK에 정보를 보내는데, 이때 모든 TV와 라디오가 자동 중단되면서 지진 속보가 즉각 방송된다. 기상청의 정보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NHK의 각 지역 방송국에 자체적으로 구축한 지진계 데이터를 활용해 일정 기준을 넘는 흔들림이 관측되면 어김없이 지진 발생 속보를 내보낸다. NHK의 지진 속보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이유다. 일본인들의 신뢰도 그만큼 두텁고 강하다. 

 

문제는 이번 지진의 성격이었다. 앞으로 거대 지진이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기반한 예측성 해설이 주류를 이루면서 일반인의 정보 판단을 흐리게 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난카이 트로프 지진 평가검토회 회장인 히라타 나오키(平田直) 도쿄대 명예교수가 “현재로서는 어느 지역에 주의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NHK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NHK는 기상청의 거대 지진 주의 임시 정보 발표 직후 재해 보도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와 전문가가 출연하는 해설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그런데 내용은 다소 모호했다. 이번 임시 정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민들이 알아서 지진에 대비하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후폭풍은 거셌다. 한여름에 해수욕장이 폐쇄되고, 숙박 취소가 속출했다. 외국인 손님의 무더기 여행 취소도 이어졌다. 텅 빈 식료품 매대, 구급용품은 물론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의 현금마저 빠르게 사라졌다. 온라인상에 각종 유언비어까지 유포되면서 일본인들이 고대하던 오봉 연휴는 악몽으로 변했다. 

 

예측할 수 없는 공포감…동일본 대지진 트라우마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동향을 깊이 있게 취재해 온 오자와 게이이치(小沢慧一) 도쿄신문 기자는 이번 예보의 비과학성을 꼬집는다. 아무리 임시 정보라고 해도 “과학적인 근거가 너무 약하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진단이라는 것이다.2)


일본 정부는 2016~2017년 지진학자들을 모아 지진 예측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도출된 것이 ‘거대 지진 주의’라는 임시 정보 발령 체계였다. 그런데 당시 난카이 트로프 지진의 통계로 사용된 데이터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1904~2014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진 이후 7일 이내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총 1,473회 중 6회 정도였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같은 해구형뿐만 아니라 내륙형 지진 등 발생 매커니즘도 다양했다. 손에 꼽을 정도로 사례가 적은 데다, 그마저도 객관화하기엔 애매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관측 정확도의 신뢰성이었다. 관측 장비가 발달한 1970년대 이후 데이터 정도만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학자들 사이에선 “큰 지진이 발생하기 쉽다는 지진학의 상식을 보여주는 수준”이란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의 검토 의견은 “1,000년에 한 번 또는 그보다 발생 빈도가 낮다”는 표현에 그쳤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거대 지진 경고를 국가 시책으로 밀어붙였다. 이와 관련해선 ‘정권 교체’를 초래했던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정치권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대규모 재해가 빈번한 일본 상황에선 정부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보를 내야 안전하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예정됐던 순방을 취소하고 일본 국내에서 거대 지진에 대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첫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었다. 외교적인 결례일 뿐 아니라 국익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정부가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을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결과는 냉혹하다. 오자와 기자는 “실제 대책을 세워서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은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몫”이라고 비판한다. 반드시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는 것을 정부가 알릴 의무가 있다면서다. 임시 정보를 1주일 뒤 해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15일 오후 5시를 기해 임시 정보를 종료했을 때 “어떤 과학적인 근거로 해제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3)


답변은 허탈했다. 주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주일’이란 예보 시한을 정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었다. 즉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과학적 근거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큰 불만이 나오지 않을 만큼만 예보를 내자고 결정했다는 얘기다.

 

NHK 재해 보도는 왜 신뢰받나

 

이번 거대 지진 예보의 과학성과 별개로 NHK 재해 보도의 체계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NHK 재해 보도는 “생명과 생활을 지킨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속성과 정확성은 물론 책임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첫 지진 발생 2분 뒤부터 모든 채널이 긴급 뉴스를 방송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한 달간 571시간 52분 동안 쉬지 않고 관련 방송을 내보냈다.4) 대지진 경보가 발령된 이후 약 30분 동안 아나운서가 21번이나 대피를 촉구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 정도로 짜임새가 있었던 건 아니다.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일본 제2의 공업지대인 고베 등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 NHK 재해 보도도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후 동일본 대지진을 거치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일례로 당시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가 컸던 만큼, 향후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도 방식을 과감히 개선했다. 

 

우선 정적인 실시간 바다 영상 대신 ‘예상 쓰나미 높이’와 ‘도달 예상 시간’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화면 구성을 바꿨다. 여기에 대피를 촉구하는 자막과 함께 “쓰나미가 다가오니, 지금 당장 대피하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강한 어조로 내보내게 했다.

 

재해 보도 전문화를 위한 인적 구성도 돋보인다. 사회부에 전담팀을 꾸리고, 독자적인 영상 취재망을 확보하고 있다. 수도직하지진(首都直下地震)5)에 대비해 오사카방송국에도 똑같은 재해 보도 콘트롤 망을 구축하는 등 이원 체계도 갖췄다. 전국 12개 공항에 영상취재 전용 헬기(총 15기)를 상시 대기하고 있는데,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 덕을 톡톡히 봤다. 당시 이와테(岩手)현의 상주 촬영기자가 헬기로 출동해 거대하게 밀려오는 검은 쓰나미 영상을 찍어 충격적인 피해 실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6)

 

자연재해의 예측 불확실성 등 한계도 많지만, NHK는 재해 보도를 통한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일본 국민에게 잘 심어주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민방이 시청률을 위해 지진의 흔들림과 화재 현장을 집중적으로 내보낼 때 NHK는 쓰나미 경보에 집중했다. 속보성과 시각성에서 뒤지는 신문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차분한 후속 보도를 통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짚는다. 이번 거대 지진 임시 정보 사태에서도 그런 점이 돋보였다. 

 

일례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임시 정보 해제 이튿날 “일본을 찾은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피난 정보 등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보도했다.7) 마이니치신문은 5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에 대응 계획이 있었는지를 조사해 “56%가 대응 계획이 없었다”는 점을 밝히며, 민간 차원에서의 대응 계획 마련을 촉구했다.8)


‘안전 불감증’보다 ‘안전 염려증’이 낫다?

 

잦은 지진 탓에 자연재해를 두려워하는 일본의 감각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 정부나 언론의 ‘안전 감수성’이 유달리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느 경우에는 ‘안전 염려증’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강박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인재와 자연재해 가릴 것 없이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안전 불감증’이다.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전자는 ‘신뢰’를, 후자는 ‘불신’을 초래한다. 실제로 일본 사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부와 언론에 대한 체감 신뢰도가 강한 편이다. NHK 재해 보도가 쌓아 올린 신뢰의 탑은 그저 얻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재해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보다 더 큰 건 사회적인 피해다. 일본 사회가 13년 전 도호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때로는 비과학적인 정부의 조치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이유다. ‘안전 불감증’보다는 ‘안전 염려증’을 선호하는 일본 사회와 언론의 분위기는 잘못된 것일까. 한국도 고민해야 할 주제다. 

 

 

 

 

1) https://www.data.jma.go.jp/eqev/data/nteq/nteq.html

2) <南海トラフ臨時情報の疑わしさ…地震学者が語る「科学的にあまり意味はない」とデータごちゃまぜの内実>, 東京新聞, 2024.8.15, https://www.tokyo-np.co.jp/article/347650

3) <「解除まで1週間」の根拠は住民アンケートだった…臨時情報「外れても政府が責められないシステム」>, 東京新聞, 2024.8.16, https://www.tokyo-np.co.jp/article/347869l

4) https://www.nhk.or.jp/info/about/life.html

5) 도쿄(東京)도, 이바라키(茨城)현, 지바(千葉)현, 사이타마(玉県)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야마나시(山梨)현을 포함한 미나미칸토(南関東) 지역을 진원으로 하는 규모 7 이상의 대규모 내륙형 지진

6) 橋爪尚泰, <NHKの災害報道最前線>, 日本気象学会 2018年度 夏季大学, pp.1-4 

7) <南海トラフ、見えた課題 政府が対応検証へ>, 日本經濟新聞, 2024.8.16, https://www.nikkei.com/article/DGKKZO82811250V10C24A8EA1000/

8) <南海トラフ地震臨時情報 大企業「対応計画なし」56%>, 毎日新聞, 2024.8.20, https://mainichi.jp/articles/20240820/ddm/008/040/09900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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