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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프랑스_ 사회갈등 속 부상하는 독립 언론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10-25

최근 프랑스에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 독립 언론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유로운 언론,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지표일 수 있다. 독립 언론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독립 언론이 살아남고 유지돼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9일에는 독립 언론을 지원하겠다는 협동조합 꾸메디아(Coop-Médias)가 플랫폼을 출범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등과 혐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대안 언론의 필요성

 

국경없는기자회(RSF, Reporters sans frontières)의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프랑스는 과거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30위 권을 유지하다가 2024년에는 평가 대상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유럽 국가가 10위 안에 있는 것과 비교해 프랑스의 언론 자유는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제정된 포괄적 보안법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 폐지 역시 다시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고질적 논의를 되풀이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과 혐오, 정치적 양극화, 극우 세력의 득세 등은 프랑스 사회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대안 언론의 필요성 논의를 가속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유럽연합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압승은 각성의 기회가 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였던 의회 해산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최종적으로 좌파 연합이 1위를 함으로써 극우 정당의 돌풍은 잠시 주춤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 내 극우 세력의 집권은 더 이상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도 극우 성향 정당인 국민연합(RN)이 득표율 1위를 기록했고, 유연화 전략으로 극우의 얼굴을 바꾸어 놓은 마린 르펜(Marine Le Pen)과 20~30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젊은 당수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 등의 세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극우 세력의 확대 뒤에 수많은 방송 채널과 언론사를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는 비벙디(Vivendi) 그룹을 시작으로 까날쁠뤼스(Canal+) 그룹을 인수하였고, 라갸데르(Lagardère) 그룹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가 이렇게 프랑스 민영 미디어 기업들을 자신의 지휘하에 두면서 극우 인사들을 지원하고 극우적 논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죽하면 프랑스에서 이를 문제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재벌의 미디어 인수로 인한 미디어 집중을 ‘볼로레 방식’ 또는 ‘볼로레화(化)’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정치적 양극화와 극우 세력 확장의 순환 현상이 나타나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유로운 대안 언론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사실 이러한 언론이 꼭 새로운 독립 언론일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런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언론의 조건에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라는 원칙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보니 기성 언론보다 자유로운 언론을 추구하는 비영리 독립 언론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미디어 다양성 차원의 의미 있는 변화, 독립 언론의 성장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프랑스에서 비영리 독립 언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메디아파르트(Mediapart), 뤼89(Rue89)와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유명 대안 언론들도 있지만 메디아시테(Mediacités), 스플란(Splann), 베르(Vert), 라데페를랑트(La Déferlante), 바스타!(Basta!), 르포르테르(Reporterre) 등 여러 비영리 탐사 매체, 지역 독립 언론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들은 환경이나 언론 등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하기도 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양새다. 새롭게 문을 연 경우도 있고, 기존에 언론사였던 곳이 운영을 중단하다 다시 독립 언론으로 시작한 곳도 있다. 오늘날 프랑스의 일간지의 80%, TV 시청점유율의 60%, 라디오 청취 점유율의 50%가 11명의 억만장자가 소유한 기업에 집중돼 있는 걸 감안했을 때(radiofrance, 2023), 이와 같은 독립 언론의 확대는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확산은 물론 미디어 다양성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변화다. 

 

늘어난 독립 언론이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들 언론사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가지고 권력을 감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확보다. 대부분의 프랑스 비영리 독립 언론들은 구독료와 기부금을 수익 모델로 하고 있다. 일부는 협동조합의 형식, 저널리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광고 수익 등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은 몇몇 잘 알려진 비영리 독립 언론을 제외하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독립 언론의 생태계가 강화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다.


독립 언론을 지원하는 다양한 노력과 시도

 

비영리 독립 언론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비영리 독립 언론뿐만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비영리 매체들의 재정 문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협동조합인 꾸메디아가 지난 10월 9일 지원 플랫폼을 출범했다. 이 공동 플랫폼을 통해 독립 언론사, 시민, 이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단체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모든 단체, 시민, 기업 등은 100유로(약 14만 원)의 지분을 갖는다. 이미 20여 개의 독립 언론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꾸메디아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3개월간 40만~50만 유로(약 6억~7억 원)의 기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금 운영 수익은 재투자된다. 이 기금은 독립 언론들을 지원하는 데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꾸메디아는 독립 언론사들의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키오스크, 교차 구독, 공동 구독 등의 방식으로 독립 언론사가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여할 계획에 있다. 또한 독립 언론 간 연대와 협력을 촉진할 계획도 마련 중이다. 독립 언론의 지속 가능성에 핵심은 결국 독자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조합의 목표에 포함돼 있다.

 

독립 언론사들이 협업하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한데 모으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26년 말을 목표로 독립 언론사 연합은 약 4,000㎡ 규모의 건물을 인수해 독립 언론사들을 위한 ‘자유언론의 집(La Maison des medias libres)’을 열 계획이다. 10여 년 전부터 진행된 이 계획은 독립 언론 생태계를 강화하고 미디어 다원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표와 동시에 미디어 교육, 지식 전달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라는 목표로 이뤄졌다. 이를 추진한 것은 올리비에 르그랭(Olivier Legrain)이라는 좌파 성향의 사업가였다. 이 사람을 중심으로 메디아파르트, 알테흐나티브 에코노미크(Alternatives économiques), 오흐세리(Hors-série) 등 독립 언론 매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2026년 말 건물이 완공되면 1층에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모여 공부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서점, 카페, 교육 공간 등 열린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자유 언론을 위한 기금(FPL, Le Fonds pour une Presse Libre)이라는 비영리 단체도 있다. 이들은 정보의 자유, 언론의 다원주의 및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단체로 독립 언론사인 메디아파르트의 창립자와 직원들이 조직했다. 그렇다고 이 단체가 메디아파르트에 종속돼 있거나 메디아파르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기부금을 운영하여 얻어지는 수익은 독립 언론사에 대한 재정적 지원(지분 취득, 대출 제공, 보조금 지원 등)과 독립 미디어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 제공, 독립 매체들의 교류 및 네트워크 지원, 독립 언론에 기여하는 여러 프로젝트 지원, 독립 언론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 등을 위해 사용하고, 오히려 메디아파르트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 반면 메디아파르트는 매년 창출한 수익의 범위 내에서 이 기금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 이 기금은 201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약 28개의 독립 언론에 50만 유로(약 7억 원)를 지원해 왔다.

 

오늘날 언론은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더욱 자유롭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다. 점점 언론 미디어 집중도가 높아지고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지는 것은 비단 프랑스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시대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적 갈등과 혐오가 증폭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디든 변화가 필요하다. 어쩌면 프랑스는 그 해법의 시발점을 독립 언론에서 찾아보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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