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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일본_日 미디어, 새해부터 가짜뉴스와 전면전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4-11-29

일본 미디어 업계가 ‘가짜뉴스’와 전면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공격만 당했지만 이젠 무기를 갖췄다.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정보 발신자 표시 기술인 ‘오리지네이터 프로필(OP, Originator Profile)’이 그 주인공이다.

 

쉽게 말해 특정 언론사의 기사에 인증 마크를 붙여 독자와 시청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단번에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증서인 셈이다. 이 같은 인증은 제3의 기관이 맡는다. 

 

이를 위해 2022년 12월 ‘OP 기술연구조합’을 세우고 관련 기술 개발 및 활용 방식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조합엔 신문·방송 등 언론사들은 물론 광고, 통신, 애드테크(디지털 광고) 업체와 신문협회 등 관련 단체, 정부 부처, 광고주, 대학(게이오기주쿠대 사이버문명연구센터) 등 사실상 관련된 모두 부문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참가하는 개별 업체만 45곳에 이른다. 요미우리신문 등 전국 일간지와 주니치신문 등 지방지, 교도(共同)·지지(時事) 등 양대 통신사, NHK와 민방 등 주요 언론 대부분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1)

 

 


 


기사 내용 아닌 제작자·유통자가 OP의 판단 기준

 

OP 기술의 핵심은 인터넷상의 정보, 즉 콘텐츠 제작자·발신자를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OP를 채택할 경우, 인터넷 브라우저 상단의 OP 표시 버튼을 누르면 콘텐츠를 제공한 매체는 물론 광고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콘텐츠 내용의 신뢰성은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신문사가 오보를 냈다고 해서, 해당 기사 내용이 옳거나 그른지 팩트체크를 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OP는 순수하게 콘텐츠를 누가 만들었고 누가 배포하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토대로 정보가 위·변조되지 않았는지를 가려낸다.

 

그렇다고 아무나 인증을 받을 순 없다. 신뢰도가 중요하다. 참여 언론사들의 면면이 이를 상징한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뿐이다. 물론 앞으로 참여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투명하게 OP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인터넷 공간의 건전성이 유지되고 공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2)


‘애드 프라우드’ 막고 싶은 광고 업계도 주목 

 

사실 OP 기술에 가장 관심을 보인 건 광고 업계다. OP 도입 시 가짜뉴스는 물론 최근 들어 만연한 ‘애드 프라우드(AD Fraud)’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애드 프라우드는 디지털 광고 관련 사기 행위를 뜻한다. 주로 사이버 해킹 등 부정한 수단을 이용해 광고비 일부를 가로채는 신종 범죄다. 일례로 저명 언론사를 사칭하거나 기사 내용을 변조한 사이트로 광고를 교묘히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언론 윤리 및 취재에 기반한 정통 언론은 상대적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광고주 입장에선 정보의 진위가 불분명한 매체나 가짜뉴스에 광고가 게재될 경우 돈만 쓰고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즉 미디어와 광고 업계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제정된 OP 헌장 전문에서도 이런 광고 업계의 불안이 느껴진다. 전문에선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수입원으로 삼는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정보의 질보다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끄는 게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는 개념)’라는 경제모델 아래 조회수 등의 지표가 지나치게 중시되고, 그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 없이 만들어진 정보들이 많이 유통·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급속한 보급이 이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며 OP 기술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3)


‘가짜뉴스’에 화난 여론…“도입 찬성 응답 90%”

 

가짜뉴스에 화가 난 일반인들 역시 OP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가 지난 10월 14일 발표한 여론조사(8월 20일~9월 26일, 전국 유권자 3,000명 대상 조사, 응답률 68%)에 따르면 ‘OP 도입을 추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90%에 이른다. 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4)

 

실제로 가짜뉴스에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도 89%로 높게 나타났다. 복수 선택지로 OP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를 물은 결과, ‘가짜뉴스나 과격한 정보의 발신 억제’를 꼽은 응답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기 쉬워진다’(55%), ‘발신자가 정확한 정보 발신에 노력하게 만든다’(52%), ‘정보 조작 방지로 연결된다’(39%) 등의 순이었다.

 

일각에선 유명 인사의 명의를 도용하는 이른바 ‘나리스마시(なりすまし·신분 위조)’ 피해를 줄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명인을 사칭한 투자 권유 ‘가짜 광고’가 일본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소매 플랫폼인 ‘조조타운(ZOZOTOWN)’을 창업한 억만장자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 다방면에서 활동 중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는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 등이 피해를 호소해 왔다.

 

참다못한 마에자와의 경우 전담 대응팀까지 꾸렸다. 지난 3월 신고 창구를 개설했더니 열흘 만에 180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을 정도로 가짜 광고가 만연한 상태다. 그 피해액만 대략 20억 엔(약 180억 원) 수준으로 피해 규모도 엄청나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물리칠 마땅한 수단은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마에자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운영사인 메타에 항의했지만 “AI와 인력을 통해 사기로 의심되는 광고는 가급적 삭제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NHK에 밝혔다.5)

 

물론 OP 도입으로 이런 피해를 완전히 없애긴 어렵다. 그렇다 해도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생기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무시할 순 없다. OP 인증 체계가 본격화되고, 일반인들이 이를 인식할 경우 사기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란 믿음에서다. 


크롬·사파리 등에 표준 탑재 추진도

 

이를 위해 OP 기술 체계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OP 기술연구조합 측이 OP 헌장에서 “OP에 참여하는 사업자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차별적 취급을 해선 안 되며, 정부나 특정 단체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것”(제4조), “OP를 사용하는 정보 발신자가 허위·왜곡 정보를 발신하는 등 문제 행위를 반복할 경우, 윤리위원회가 필요한 조사를 실시해 OP 사용 제한 등의 조처를 하도록 조합 이사장에게 요구”(제5조)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상 “(OP 헌장을) 유연하게 재검토”(제6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OP 기술의 확산도 중요한 목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OP 기술 개발과 보급은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1단계는 프로토타입(prototype·시제품) 개발과 기술연구조합(CIP) 설립, 2단계는 광고 거래에서의 활용 검증, 3단계는 일본 국내에서의 실용화, 4단계는 국제적 보급 추진 등이다. OP의 세계화를 위해 3단계부터 인터넷 웹의 표준 개발 국제 컨소시엄인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에 기술 제안을 할 방침이다. 궁극적으로 크롬(구글)·사파리(애플) 등 주요 브라우저에 표준 기능으로 탑재하기 위해서다.6)


사실 OP 기술은 W3C 이사회 회원이자 ‘일본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라이 준(村井純) 게이오대 교수가 창안자다. 무라이 교수는 애당초 세계화를 생각하고 OP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는 일본만의 고민이 아니다. 그간 담론만 무성했지, 아무런 실천이 없었던 한국 언론과 광고 업계가 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던진 충고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만으로는 불충분한 부분에는) 정부가 개입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넘쳐나는 가짜뉴스 대책은 정부의 관리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음모론 등이 확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7)

 

 

 

 

 

 

1) https://originator-profile.org/ja-JP/ 

2) <Originator Profile 技術について>, Originator Profile, https://originator-profile.org/ja-JP/overview/

3) <Originator Profile 憲章>, Originator Profile, https://originator-profile.org/ja-JP/charter/

4) <OP導入「推進を」90% 偽情報の抑制 期待…読売世論調査>, 読売新聞, 2024.10.14, https://www.yomiuri.co.jp/election/yoron-chosa/20241014-OYT1T50006/

5) <なぜなくならない?SNS有名人なりすまし広告 クリックすると…>, NHK, 2024.4.6, https://www3.nhk.or.jp/news/html/20240406/k10014412551000.html

6) https://www.soumu.go.jp/main_content/000881307.pdf

7) https://www.nikkei.com/paper/article/?b=20241027&ng=DGKKZO84389910W4A021C2EA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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