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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4일,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와 디즈니의 85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 규모 합병 계약이 완료됐다. 합병의 결과로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스포츠 세 개 사업부가 신설됐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는 릴라이언스 컬러(Reliance Colours)의 TV 채널과 디즈니 스타(Disney Star) 채널을, 디지털 사업부는 지오시네마(JioCinema)와 디즈니플러스 핫스타(Disney+ Hotstar) 두 개의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로써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120개가량의 텔레비전 채널과 인도를 대표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두 개를 소유한 인도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했다. 인도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집단이 탄생한 것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두 곳의 OTT 플랫폼 기업 합병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전 세계가 인도의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지만, 근거가 전혀 없지도 않다. EY(Ernst & Young)는 인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모가 2026년 3조 루피(약 50조 원)까지 늘어나며, 이 중 디지털 미디어 비중이 955억 루피(약 1조 5,7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1)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023~2026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디지털 미디어의 연평균 성장률은 1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미디어 중에서도 OTT 플랫폼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성장 잠재력과 규모뿐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이고 시청자 수와 성장률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플랫폼이 지오시네마다.
인도 OTT 시장 점유율 1위, 디즈니플러스 핫스타
로이터의 8월 기사에 따르면 인도 OTT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는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이며 전체 시장의 26%를 차지하고 있다.2) 시장 점유율 기준 후발 주자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23%), 넷플릭스(13%), 지5(11%), 지오시네마(7%), 소니라이브(4%) 등이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구독자 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3,420만 명, 디즈니플러스 핫스타가 3,380만 명, 넷플릭스가 3,230만 명, 유튜브 프리미엄이 2,770만 명, 애플TV가 670만 명을 기록 중이다.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디즈니 핫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IP, 세계적 기업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IP, 그리고 크리켓 등 여러 스포츠 중계권을 앞세워 인도 스트리밍 시장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홍콩에서 시작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타 TV는 1990년대 초반 인도에 진출해 인기를 끌다가 1993년에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에 인수됐다. 이후 스타 인디아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9년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사를 인수하면서 디즈니 소유가 되어 디즈니 스타로 사명을 바꾸었다. 이어 2024년 11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디즈니의 합병이 완료되면서 다시 지오스타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다. 합병이 완료되기 전에는 약 80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운영하며 인도를 대표하는 텔레비전 방송국이 디즈니 스타였다. 스타 인디아는 2015년에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핫스타를 출시했다. 핫스타는 시작부터 크리켓 월드컵과 크리켓 인도 프리미어 리그(IPL, Indian Premier League) 온라인 중계권을 획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후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인수하고 2020년에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라는 이름으로 OTT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며 인도 제1위 OTT 사업자의 지위를 놓지 않고 있었다.
IPL 온라인 중계권 잃고 쇠락 직면한 OTT 업계 1위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여전히 1위 인도 OTT 플랫폼이지만 치열한 OTT 시장 경쟁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OTT 플랫폼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에서 1위 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강한 경쟁 우위를 가진다.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더 많은 공급자가 유입되며, 마찬가지로 공급자가 많은 플랫폼에 더 많은 이용자가 유입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가져다주는 편익이 더 크며, 이는 공급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용자와 공급자가 많은 플랫폼은 더 발전하게 되며 그렇지 않은 플랫폼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플랫폼 경쟁에서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도 OTT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업체인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후발 주자들과 경쟁에서 밀리며 쇠락에 직면해 있다. IPL 온라인 중계권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23년 이사분기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유료 구독자 숫자는 5,290만 명에서 4,040만 명으로 1,250만 명이 줄어들었다.3) 2022~2023시즌까지 디즈니 인디아는 IPL의 TV 중계권과 온라인 중계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23~2024시즌부터 TV 중계권은 디즈니가 여전히 가지고 있었지만, 온라인 중계권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가지게 되었다. IPL의 2023~2024시즌은 2023년 3월 31일에 시작했는데, 2023년 4~6월까지 석 달 동안 유료 구독자의 24%가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로부터 이탈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무료 또는 저가 플랫폼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지위는 위태로워졌다. HBO와 디즈니의 계약이 2023년 초에 끝나면서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에서 HBO의 프로그램을 볼 수 없게 된 것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그 결과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유료 구독자 숫자가 줄어들고, 광고 수입과 1인당 지불 금액 역시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많이 감소하게 되었다.
손해 준 경쟁사와의 합병… 굴욕 혹은 성공?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의 쇠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경쟁자는 릴라이언스의 지오시네마다. 지오시네마의 모회사는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이며, 2016년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 브랜드로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때 이동통신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OTT 플랫폼인 지오시네마 서비스도 함께 시작했다. 릴라이언스 지오는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빠르게 구독자 숫자를 늘려갔다.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워서 단기적으로 큰 손해를 감소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동통신과 같이 초기에 막대한 고정비용이 들어가고, 고객 한 명이 추가됨에 따라서 증가하는 비용인 한계비용이 매우 작은 산업에서는 고객의 숫자가 많은 기업이 낮은 고객당 비용을 내세워 가격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동통신 산업처럼 상품 또는 서비스에 본질적인 차이가 미미한 산업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혜성처럼 이 산업에 진입한 릴라이언스 지오는 기존의 에어텔(Airtel)과 보다폰 인디아(Vodafone India)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밀어내 버렸다. 현재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는 릴라이언스 지오로, 그 뒤를 에어텔이 따르고 있으며 보다폰은 합병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고 했으나 현재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릴라이언스가 가지고 나온 전략이 무료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지오시네마다.
릴라이언스 지오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난 것처럼 지오시네마의 시청자 역시 빠르게 늘었다. 특히 2023~2024 IPL 온라인 중계권을 따낸 이후 시청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는데, 2023년 한 해 동안 IPL 시청자만 4억 명에 달했고, 결승전 동시 시청자 숫자는 3,200만 명까지 기록했다. 또한 2023년 5월부터는 HBO,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채널 등의 온라인 콘텐츠 역시 지오시네마를 통해서 독점적으로 제공하게 됐다. 참고로 무료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를 빠르게 늘려간 지오시네마는 현재 일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 10월 기준 유료 구독자 1,600만 명, OTT 플랫폼 시장 7%를 점유하게 됐다.
유튜브를 제외하면 인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OTT 플랫폼이 지오시네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는 IPL 중계권을 잃고, HBO와의 계약도 끝나고, 무료 혹은 저가 OTT 플랫폼과의 경쟁에 타격을 입고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지오시네마와 관련이 있다. 디즈니는 자신에게 가장 큰 손해를 입힌 경쟁자에게 1위 자리를 내어줄 상황에 부닥치게 되어 합병하게 되는, 어찌 보면 큰 굴욕을 겪은 것이다.
독점 지나치면 정부 개입, 정당한 규제 이뤄질까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OTT와 시청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OTT를 보유한 회사는 120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가진 회사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디즈니플러스 핫스타와 지오시네마는 합병으로 생긴 큰 회사의 세 사업부 중 하나다. 그리고 이 회사는 채널 120개를 보유한 사업부인 지오스타(Jio Star) 역시 소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바이아콤18(Viacom18)이 최대 주주로서 지분의 46.82%를 가지고 있고, 디즈니 인디아가 지분의 36.84%를 가지고 있으며,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16.34%를 가지고 있다. 한편 최대 주주인 바이아콤18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지분의 70.49%를, 네트워크18(Network18)이 지분의 13.54%를 가지고 있는 합작회사다.
네트워크18의 대주주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로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릴라이언스와 디즈니의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 바이아콤18, 네트워크18,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이 네 회사는 다소 복잡하게 소유 관계가 얽혀있는데, 간략하게 말하자면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가 절대적인 비중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네크워크18과 바이아콤18은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고 언론사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회사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보유하고, 유통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가치 사슬 거의 모든 단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거대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집단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특정 기업 혹은 기업집단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 릴라이언스의 이동통신사업이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이동통신사인 지오 플랫폼즈(Jio Platforms)의 지분 67%를 소유하고 있는데, 지오 플랫폼즈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인 지오(Jio)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시장 파괴적인 가격으로 출범하자마자 가입자 숫자를 급격하게 늘린 지오는 2024년 9월 기준으로 4억 8,200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연평균 13%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인도인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90% 가까이를 모바일을 통해 소비한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OTT 플랫폼 산업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대표적인 전략은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보기 위해서는 티빙에 가입할 수밖에 없고, 현재 방영 중인 <열혈사제2>를 보기 위해서는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여러 플랫폼을 구독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서 신규 소비자를 유인하고 기존 소비자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플랫폼에서 구독자 수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날 때 독점 콘텐츠 제공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인도 제2위 이동통신사인 에어텔은 엑스트림(Xstream)이라는 OTT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저가 OTT 서비스와 묶음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와 공동 마케팅을 펴고도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지오, 지오시네마와 디즈니플러스 핫스타로 대표되는 릴라이언스 패키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다수의 OTT 플랫폼이 독점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멈추고 릴라이언스 패키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최대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디즈니 인디아와 합병을 통해 거대 미디어 콘텐츠 기업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는 인도 최대 이동통신사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뿐 아니라 이동통신 산업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독점적 지위와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것이다. 독점력이 지나쳐 시장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모디 정부와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과연 정부가 제대로 규제·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1) <#Reinvent India’s media & entertainment sector is innovating for the future>, EY, 2024.3, https://assets.ey.com/content/dam/ey-sites/ey-com/en_in/topics/media-and-entertainment/2024/ey-in-india-s-media-entertainment-sector-is-innovating-for-thefuture-03-2024-v1.pdf
2) <Top streaming platforms in content-hungry India>, Reuters, 2024.8.28, https://www.reuters.com/business/mediatelecom/top-streaming-platforms-content-hungry-india-024-08-28/#:~:text=Here%20are%20the%20streaming%20platforms,share%2C%20as%20per%20industry%20data
3) Naini thaker, <Disney+ Hotstar loses 12.5 million paid subscribers in the quarter ended June>, Forbes India, 2023.8.10, https://www.forbesindia.com/article/news/disney%2B-hotstar-loses-125-million-paid-subscribers-in-the-quarter-ended-june/874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