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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가 일본 정치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에서 SNS의 파급력을 실감하게 한 지난해 11월 효고(兵庫)현 지사 선거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 논란이다. 선거 당시 SNS를 통해 허위·비방 정보가 흘러넘쳤는데, 개표 결과를 분석해 보니 실제 표심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신문·TV 등 레거시 미디어를 믿지 않는 유권자들이 ‘SNS발 가짜뉴스’에 현혹돼 투표하는 움직임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당초 자원봉사라고 신고한 내용과 달리 당선자의 SNS 발신을 홍보회사가 돈을 받고 대행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위법성 시비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공직선거법상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SNS가 정치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언론에 쏟아진 ‘갑질’ 제보… 선거 초반 여론 싸늘
이번 선거는 일반적인 선거와 성격이 달랐다. ‘갑질 지사’로 낙인찍힌 사이토 모토히코(斎藤元彦) 지사가 현 의회의 불신임 압박 속에 임기를 10개월 앞두고 사임한 뒤 다시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사이토 지사는 “현민들에게 신임을 묻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주류 언론은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사이토 지사의 ‘파와하라(パワハラ, 직장 상사나 권력을 가진 사람의 괴롭힘)’ 의혹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효고현의 한 국장급 간부가 그의 비위와 갑질 의혹을 정리한 문서를 언론에 제보하면서였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식당이 당일 예약을 거부하자 “내가 지사다”라며 화를 내거나, 현 내 시찰 도중 사람들과 화장실에서 마주치기 싫다며 장애인 전용 다목적 화장실을 홀로 이용하는 등의 행태를 거리낌 없이 했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모든 출장지에서 기념품을 요구하거나, 피혁 공장에 방문해 고급 가죽 점퍼를 선물로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는 등의 사례가 폭로되면서 ‘구걸(おねだり) 지사’라는 치욕스런 오명까지 얻었다.
갑질 의혹 보도가 나오자 효고현은 내부 고발자 색출에 나섰다. 이후 제보자였던 간부가 지난해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현 의회는 지방자치단체 사무에 관한 의혹이나 비리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제100조에 따라 설치되는 특별조사위원회인 ‘백조(百條)위원회’를 꾸렸다.1) 특위가 현 내 전체 공무원을 상대로 사이토 지사의 갑질 의혹을 조사하면서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결국 현 의회는 지난해 9월 만장일치로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사이토 지사는 선거를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나섰다. 직전인 2021년 선거에서 그를 밀었던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지지를 거뒀다. 선거 초반 민심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여론 탓에 그의 유세 현장은 늘 썰렁했다.
‘정치 난동꾼’의 악성 비방에 표심 흔들
반전은 SNS에서 일어났다. 역전에서 홀로 연설하는 모습이 유튜브·니코니코(ニコニコ, 일본의 온라인 동영상 채널) 등을 통해 퍼지면서 아무도 찾지 않던 유세 현장에 마치 ‘지하 아이돌(地下アイドル, 미디어 노출보다 소규모 콘서트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의 팬클럽처럼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지사 시절 3년간 현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에 나섰던 일을 호소하거나, 현립 대학 무상화나 학교 화장실 보수 같은 성과를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갑질 의혹 제기가 가혹하다며 거대한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투사 이미지를 차츰 구축해 나갔다.
불붙기 시작한 열기에 기름을 부은 건 엉뚱하게도 같은 선거에 나선 다른 후보였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약칭 NHK당)’의 다치바나 다카시(立花孝志) 대표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선거에 입후보한 뒤 “사이토 지사를 내가 지키겠다”고 황당한 선언을 한 것이다.
공영방송 NHK 직원 출신인 다치바나는 지난 2013년 NHK 수신료 징수 문제와 내부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NHK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실상은 포퓰리즘 정치 활동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들어선 일본 전국의 선거판에 출몰해 악성 비방과 선전·선동을 일삼는 인사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효고현지사 선거에 등장해 생뚱맞게도 “내가 아닌 사이토를 뽑아달라”고 사이토의 우군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다치바나는 SNS를 통해 “파와하라는 없었다. (현 의회가) 유능한 지사를 몰아냈다”며 욕설과 비방을 쏟아냈다. 심지어 사이토의 갑질 의혹을 조사해 온 백조위원회 위원장 집을 찾아가 확성기로 위압적인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다치바나는 이런 모든 장면을 촬영해 자극적으로 편집한 뒤 SNS에 시시각각 올렸다.
특히 그가 주장한 “신문이나 TV에서 보도된 내용은 거짓이고, 진실은 SNS에 나온다”는 막말의 파급력은 컸다. 주류 언론이 아닌 다치바나의 입을 믿기 시작하는 유권자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급기야 선거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19일 “급증한 사이토 지지자들의 공통점은 언론 불신, 대다수가 SNS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2)
팔로워 폭발적 증가… 사전투표 역전
여론 변화는 극적이었다. 사이토의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의 팔로워 수는 투표 당일인 지난해 11월 17일 19만 2,400명이었는데, 이는 지사 시절보다 15만 명 이상 늘어난 결과였다. 더 중요한 건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SNS 활동이었다. NHK에 따르면 사이토를 응원하는 유권자들이 라인(LINE)에 유세 일정이나 공약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방을 개설하는 등 지지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유세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게시물을 올린 뒤, 이를 적극적으로 퍼 나르고 심지어 SNS를 통해 서로 응원 댓글을 주고받았다. 선거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에 동했다고 한다. SNS를 보고 지지자가 된 한 남성은 “X에 떠도는 모든 정보를 다 믿는 건 아니지만, 사이토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SNS에서 정보를 얻어 직접 (유세 현장에) 가서 보고 응원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NHK에 말했다.3)
다치바나의 역할도 컸다. SNS 전략 조사·분석 업체인 넷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 따르면 투표일까지 사이토의 유튜브 공식 채널 조회수는 약 119만 회인 반면, 다치바나가 올린 100개 이상의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는 약 1,500만 회에 달했다.4)
이런 기세는 지지율 변화에서도 입증됐다. NHK가 ‘기일 전 투표(사전투표)’ 기간인 지난해 11월 1~16일 사이 9차례 출구조사(30~31개 투표소, 2만 3,703명 대상)를 한 결과, 사이토의 예상 득표율은 첫 조사(지난해 11월 1일)에서 30%를 밑돌았다. 이때만 해도 유력 상대 후보인 이나무라 가즈미(稲村和美)의 예상 득표율이 50%를 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득표율 격차가 좁혀지다가, 선거 일주일 전 조사(지난해 11월 10일)를 기점으로 역전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조사(지난해 11월 16일)에선 사이토가 50%를 넘겼고, 이나무라는 40%를 밑돌았다.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사전 투표율(약 21%)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고, 최종 투표율(55.65%)은 이전 선거보다 14.55%p나 높았다. 정치와 선거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건 역시 SNS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NHK의 본투표 출구조사(40개 투표소, 5,357명 대상)에서 “투표에 참고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0%가 ‘SNS·동영상 사이트’를 꼽았다. ‘신문’과 ‘TV’가 각각 24%, ‘지인·가족의 추천’이란 응답은 5%였다. 게다가 ‘SNS·동영상 사이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 중 70% 이상이 사이토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5) 요미우리신문 출구조사(68개 투표소, 2,062명 대상)에서도 ‘SNS·동영상 투고 사이트’를 투표에 참고했다는 응답자 중 90%가 사이토를 뽑았다고 밝혔다.6)

트럼프 선거전략 닮은 ‘사이토 팬덤’
일본에서 SNS가 영향력을 발휘한 선거가 이번만은 아니었다. 최근 들어 국정 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이 눈에 띄는 사례들이 있다. 지난해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기성 정당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이시마루 신지(石丸伸二) 후보가 제1야당 입헌민주당 출신의 야권 단일 후보인 렌호(蓮舫)를 제치고 2위를 거둔 것도 SNS 선거전의 결과로 주목받았다. 이시마루는 직접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한편 틱톡 등 숏폼 영상물을 적극 활용해 ‘20·30’ 젊은 표심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초 약체로 평가받던 국민민주당이 의석을 기존의 4배(28석)로 키우며 약진한 배경도 SNS 활용 덕분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사실 국민민주당은 이시마루의 홍보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에 선거 구도와 정책을 단순화한 인상적인 문구를 반복해 보이는 방식이었다. 이런 영상을 한번 본 사람은 알고리즘 작용으로 관련 영상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사이토의 SNS 선거전은 이들과 형식은 비슷했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선 전혀 달랐다.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사이토 팬덤’을 만들면서 선거 결과까지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진영의 선거 전략을 닮은 측면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는 대선 승리 직후 자신이 소유한 X를 통해 “레거시 미디어가 대중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동안 X에선 선거의 실체가 분명했다. 이제 당신들이 미디어다”라고 선언했다.7)
선거법 구멍 메울 법 정비 서두를까
일본팩트체크센터가 사이토 지사 당선에 SNS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분석한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사히신문 기자 출신인 후루타 다이스케(古田大輔) 팩트체커는 이번 선거에서 △오보(의도적이지 않지만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잘못된 정보는 아니지만 공격 목적으로 유포된 정보)가 뒤섞여 작동했다고 봤다. 이런 혼재된 정보를 전파하는 부류는 △고의범(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려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 △확신범(옳다고 믿고 잘못된 정보를 만드는 사람), △유희범(거짓으로 관심을 끌거나 속은 사람을 보고 재미있어하는 사람) 등으로 세분되는데, 이들이 만든 정보가 일반 유권자의 선한 마음까지 오염시켰다는 것이다.8)
그 결과, ‘언론을 포함한 기득권층’ 대 ‘개혁가’라는 내러티브가 선거를 관통했다. 유권자가 이런 서사를 받아들이는 순간 다른 콘텐츠가 잘 전달되지 않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비슷한 의견만 고집하게 만드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자신의 의견에 가까운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결국 이를 믿는 마음은 점점 더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사이토 현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NS를 통한 선거 정보의 확대와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성과 영향력 감소 현상이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토에게 역전당한 이나무라 후보가 선거 패배 후 “무엇을 믿느냐의 싸움이었다”고 토로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12월 13일 효고현 의회가 “SNS에서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를 방지하고 선거 활동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며 현행 공직선거법의 구멍을 메울 법 정비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현 의회는 빠른 입법을 위해 이 의견서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중·참의원 의장 등에게도 제출하기로 했다.9)
올여름에 도쿄도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이시바 정권의 명운이 걸린 참의원 선거까지 중요한 선거 일정이 잡힌 상황에서 일본 정치권이 어떻게 행동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1) <百条委員会とは?議会が執行部をけん制する「伝家の宝刀」>, 讀賣新聞, 2024.9.10, https://www.yomiuri.co.jp/national/20240909-OYT1T50161
2) <【現地発ルポ“斎藤前知事現象”】増殖中の支持者に共通する「メディア不信」「大多数がSNSで情報収集」本人も告白「応援が増えているのは実感しています」>, NEWSポストセブン, 2024.10.19, https://www.news-postseven.com/archives/20241019_1998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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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テレビ・新聞よりもSNS?兵庫県知事選挙で何が?>, NHK, 2024.11.23, https://www3.nhk.or.jp/news/html/20241123/k10014645021000.html
4) https://netcommu.jp/Report/hyogochijisen2024
5) <兵庫県知事選挙 出口調査の結果は>, NHK, 2024.11.17, https://www3.nhk.or.jp/lnews/kobe/20241117/2020027005.html
6) <兵庫知事選の出口調査、斎藤県政「評価」7割…「SNS・動画投稿」参考の9割弱が前知事支持>, 讀賣新聞, 2024.11.17, https://www.yomiuri.co.jp/election/20241117-OYT1T50104
7) https://x.com/elonmusk/status/1854206931256099056
8) 古田大輔, <斎藤氏再選の裏にSNSや動画, 投票の参考情報で新聞・テレビ上回る, 偽・誤情報だけでは語れない兵庫県知事選・前編【解説】>, Japan Fact Check Center, 2024.11.18, https://www.factcheckcenter.jp/explainer/politics/explainer-hyogoelection-2024
9) https://netcommu.jp/Report/hyogochijisen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