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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프랑스_AI 활용 고민하는 프랑스 언론들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02-28

하루가 멀다 하고 인공지능(AI) 관련 뉴스가 보도된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 개발 소식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지난 2월 10일에는 인공지능의 앞날에 관한 정상회의(Paris AI Action Summit)가 파리에서 열렸다. 주위에서 온통 인공지능 얘기만 하는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라는 말도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시점을 뜻하는 것이 자명하다. 

 

여전히 SF 영화처럼 미래의 어느 순간 인공지능에 의해 함락되는 인류를 상상하며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당장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언론사, 방송사 역시 이 고민의 주체 중 하나다.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인공지능 사용과 관련해 ‘인공지능 윤리헌장’ 등을 만들기도 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독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심이 깊다. 지상파 방송사는 대놓고 인공지능 PD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도도 했다. 프랑스 신문과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 언론사들은 인공지능 활용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손잡는 언론사와 AI 기업, 상생방안 모색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소식은 통신사인 아에프페(AFP)가 프랑스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미스트랄AI(Mistral AI)와 손잡았다는 내용이다. 챗GPT처럼 사용자들이 미스트랄AI의 인공지능 챗봇인 르챗(Le Chat)에 시사 관련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AFP의 기사를 활용해 응답하는 형식이다. 이번 계약의 금액이나 기간 등은 알려진 바 없지만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언론사들은 오픈AI(OpenAI)와 같은 인공지능 기업들이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2023년 12월 뉴욕타임스가 저작권 침해로 오픈AI를 고발한 바 있고, 프랑스에서도 최근 리베라시옹(Libération)을 비롯한 40여 개 언론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뉴스를 생산하는 뉴스 사이트인 뉴스데이FR(News. dayFR)의 언론사 기사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이 사이트를 고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FP와 미스트랄AI의 협력은 합법적인 계약을 통해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신사인 AFP는 여타 종합일간지와 같은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언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인공지능 기술 활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개발 기업의 경우에도 더 정교한 인공지능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로 AFP가 매일 생산하는 기사는 약 2,300개며 미스트랄AI는 1983년 이후 생산된 기사(동영상, 사진, 인포그래픽 제외)에 접근할 수 있는데 약 3,800만 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 두 기업의 계약은 언론사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며, 인공지능 기업도 검증된 데이터 소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생·발전의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특히 프랑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두 기업 간의 계약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3월 르몽드가 미국 기업인 오픈AI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것과도 차별화된다. 다만, 이 계약에 AFP의 기사를 미스트랄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언제든지 계약이 완료되면 르챗이 응답에 기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설계된 형태라고 한다.

 

이 계약에 앞서 지난해 3월 프랑스 언론사 최초로 오픈AI와 기사 사용에 관한 계약을 맺은 르몽드는, 챗GPT가 르몽드 기사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답변할 수 있게 하면서 반드시 참고한 기사 제목과 르몽드 로고를 노출하도록 했다. 르몽드는 이러한 계약이 언론사에게는 새로운 수익이 되면서 인공지능 기업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무단으로 언론사의 기사들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무단 활용과 정보 신뢰도는 여전히 문제

 

그러나 인공지능의 언론사 기사 무단 활용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초 리베라시옹과 약 40개 언론사가 뉴스 사이트 뉴스데이FR을 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베라시옹과 디지털 미디어 전문 언론인 넥스트(Next)는 2021년 개설된 뉴스데이FR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매일 6,000개 이상의 기사를 자동으로 수집·생산하고, 2024년에만 누적 방문자 수가 110만 명에 이르면서 광고로 월 수백 유로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러한 사이트가 프랑스어로 된 것만 무려 1,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언론사들의 기사를 도둑질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단으로 수집해 번역·생성하는 기사들이 오류와 거짓투성이라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도 인공지능과 관련해 허위 정보의 확산 등 여러 가지 측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언론사 라크루아(La Croix)의 의뢰로 매년 18세 이상 프랑스인 1,500명을 표본으로 실시하는 프랑스 미디어 신뢰도 조사(38ème édition du baromètre La Croix – Verian – La Poste)에 따르면 약 62%의 응답자가 미디어가 보도하는 뉴스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2년 전인 2023년 1월 대비 8%p 상승했고, 미디어 보도를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전년도 대비 2%p 하락해 32%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인들이 뉴스에 여전히 관심은 높지만 신뢰는 낮아졌으며, 정보의 질과 관련해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정보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47%, 허위 정보를 생성할 것이라는 응답이 37%, 유포된 정보를 조작할 것이라는 응답도 37%에 이르는 등 인공지능을 미디어 불신의 해결책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이고 위험한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정보 형식의 뉴스 생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36%만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인공지능이 정보나 미디어 콘텐츠 생산에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난 2월 7일 방송된 프랑스 공영 라디오 채널 프랑스퀼튀르(France Culture)의 프로그램 <땅 위에 두 발(Pieds sur terre)>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날 방송은 방송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청취자 사연으로 이뤄지는 30분짜리 프로그램 전체를 인공지능으로 생성·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인 소니아 크롱랑드(Sonia Kronlund)는 라디오 프랑스 디지털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에 그동안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1,200여 개 내용을 학습시켜 1975년, 2016년 각각 케이블카에 갇힌 적이 있는 남녀 청취자의 사연을 생성했다. 크롱랑드 피디는 사연은 물론 목소리까지 모두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방송하면서 “인공지능이 거짓으로 완벽하게 진짜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청취자에게 진실되고 확인된 정보를 보장해야 하며 신뢰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Le Figaro avec AFP, 2025.2.7).


이용자 신뢰 위한 방안은 결국 ‘윤리적 활용’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이나 미디어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더라도 이용자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리적인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할 것이며, ‘윤리적 활용’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언론사와 방송사들도 이런 차원에서 개별적으로나마 윤리헌장들을 채택하고 있다.

 

르몽드는 윤리위원회를 통해 2023년 12월 기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를 제시하며 관련 헌장을 마련했다. 이 헌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인공지능이 저널리즘 생산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독자들과 르몽드 간의 신뢰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르몽드는 강조한다. 르몽드는 뉴스 생산 시 매우 엄격하게 규제된 조건하에서만 인공지능 기술을 편집·제작 지원 도구로 허용한다고 제1조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은 금지한다. 르몽드의 인공지능 활용은 뉴스 콘텐츠의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는 조건하에 이뤄지며, 인공지능 사용은 명시적으로, 투명하게 독자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르몽드 영어판은 3단계로 번역이 이뤄지는데, 프랑스어 판 기사를 인공지능 번역 기술 딥엘(DeepL)을 활용해 1차 번역하고, 2단계로 전문 번역인이 다시 번역하며, 3단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언론인이 최종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간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도록 한다.

 

 

르몽드는 윤리위원회를 통해 2023년 12월 기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를 제시하며 관련 헌장을 마련했다. ⓒ연합뉴스

 

 

방송계에서도 속속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헌장을 채택할 예정이다. 공영 라디오 방송사인 라디오프랑스(Radio France)는 윤리헌장에 청취자와의 신뢰성을 위한 투명한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떼에프앙그룹(TF1 Group)은 방송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도구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들을 투명하게 뉴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에프엠떼베(BFM-TV)에서도 기자들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되면 뉴스 발행 전 편집장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는 원칙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룹 엠시스(Groupe M6)도 이미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헌장을 두고 있지만 인공지능 도구가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함께 수정, 발전될 것이라고 말하며, 딥시크 사용은 내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든 새로운 기술이 그러하듯 인공지능 기술은 전 인류의 기대와 우려를 모두 안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우려와 당장 현실적으로 직면한 문제들은 규제 쪽에 손을 조금 더 들어주는 동기가 되지만 동시에 기술 성장과 발전에 눈을 감고 있어서도 안 된다. 실제로 언론과 미디어 영역에서도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류를 위해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과 미디어는 일단 미디어와 이용자 간의 신뢰 강화를 원칙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기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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