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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위기 상황 및 참사 보도는 단순한 사건 전달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집단적 기억과 추모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 미디어는 위기 상황이나 참사 보도에서 정보의 정확성, 신속성, 그리고 피해자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보도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이번 글에서는 참사 보도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상처를 경감하고 추모 문화를 촉진하는지 살펴보고, 최근 개정된 영국 미디어의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2024년 미디어법 개정으로 인한 언론 심의기관 오프콤(Ofcom)의 규제정책과 BBC의 보도 윤리 가이드라인을 간략히 살펴본다. 또한 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시간 보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지 논해보고자 한다.

사회적 기억 형성과 대안 마련에 기여하는 참사 보도
위기 상황 및 참사 보도는 단순한 사건 전달을 넘어, 집단적 기억과 추모 과정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 앤 소피 달링턴(Anne-Sophie Darlington)의 연구에 따르면, 유가족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회복 과정은 단순한 회피(avoidance)뿐만 아니라, 사건에 접근(approach)해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는 사회적 극복(social aspect of coping)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는 사고에 관해 부정하기도 하고 상실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극적으로 사고의 원인과 본질에 접근하고, 때로 공론화 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은 장기적인 치유와 심리적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Darlington, Korones, & Norton, 2017).
또한, 맥퀘일(McQuail, 2018)은 미디어 보도가 사회 구성원 간 사건에 대한 공유 기억 형성과 향후 유사 사건 예방 및 대응 논의 촉진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지속적인 후속 보도와 심층 분석을 통해 사건의 맥락과 피해자 및 유가족의 경험을 반영함으로써, 미디어는 사회적 기억의 재구성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치유 및 미래 참사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향후 보도 윤리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적 기초가 될 수 있다.
강화된 미디어 규제, 참사 보도 개선 기여할까
2024년 노동당 정부의 집권은 미디어 보도 및 온라인 정보 규제에 새로운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Hogan Lovells, 2024). 정부는 공공의 신뢰 회복과 허위 정보 확산 방지를 위해 오프콤 등 규제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기존의 실시간 보도 가이드라인 및 온라인 안전 규제를 보완·강화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안전법(Online Safety Bill)의 시행 이후 직전 보수당 정부가 부여한 오프콤의 강력한 권한을 새 정부에서도 계속 유지하는 정책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2024년 미디어법(Media Act 2024)은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성을 명확히 하고, 공영방송(PSB, Public Service Broadcasters)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주요 변경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한 보도와 사회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언론의 자유와 공공 안전 간의 균형을 재조정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미디어 보도 윤리와 참사 보도 후 집단적 추모 형성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며,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보도 문화가 정착될 경우, 사회 구성원 간 공유된 기억과 치유 과정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규제 변화는 오프콤과 BBC의 보도 기준과 함께, 미디어가 사회적 기억과 추모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정책적 맥락을 제공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규제 강화는 위기 상황 보도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회적 치유 및 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VOD, 음성 뉴스 규제 나선 오프콤
위기 상황 보도를 할 때에 각 언론사는 속보를 얼마나 빨리 전달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다. 영국의 언론 심의기관인 오프콤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보와 과도한 감정 자극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에 따라 오프콤은 2024년 미디어법을 통해 영국 방송 및 디지털 플랫폼의 규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Ofcom, 2024). 이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VOD 서비스 및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사실 오프콤은 최근 몇 년간 온라인안전법 발의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뉴스 소비 증가와 실시간 정보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뢰성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특히 뉴스 및 저널리즘의 규제 강화를 포함하는 정책 개정을 추진했는데, 이번 미디어법 개정에 따라 공영방송과 VOD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 것이다. 오프콤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특히 뉴스 보도의 신뢰성 및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다음과 같다.
① 뉴스 및 보도 신뢰성 강화를 위한 VOD 규제 도입
기존에는 방송 뉴스만 오프콤의 규제를 받았으나, 2024년 미디어법 개정으로 주요 비디오 온디맨드(VOD) 서비스도 방송 뉴스와 동일한 신뢰성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이는 VOD 뉴스 콘텐츠가 방송 뉴스와 동일한 저널리즘 표준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며, 허위 정보 및 편향된 보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② 공영방송(PSB)의 디지털 전환과 신뢰성 확보
오프콤은 BBC, ITV, 채널4(Channel 4), 채널5(Channel 5) 등의 영국 공영방송이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정비했다. 개정안에 따라 PSB들은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며, 주요 뉴스 콘텐츠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있다.
③ 온라인 플랫폼 및 음성 비서 서비스의 뉴스 접근성 강화
오프콤은 새로운 법안에서 음성 기반 뉴스 서비스(Alexa, Google Assistant 등)가 라디오 뉴스 제공 시 정확성과 공공성 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요청하는 뉴스가 검증된 공영방송의 뉴스 소스를 통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며,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의 확산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오프콤의 새로운 규제 개편은 참사 보도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피해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과 주요 VOD 뉴스 제공업체가 보도의 정확성을 위한 내부 검토 절차를 준수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참사 보도에서 오보 및 가짜뉴스를 방지하고 감정적 표현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또한, 새로운 규제는 온라인 뉴스 플랫폼의 책임성을 높이고,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미디어가 참사 후 사회적 치유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신뢰 지키고 배려 있는 표현 사용 권장하는 BBC 가이드라인
BBC는 2019년 개정된 자사의 보도 가이드라인(BBC Editorial Guidelines)과 내부 지침을 통해 보도 내용의 정확성, 공정성, 객관성 및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 지침은 BBC의 보도 제작 전 과정에서 핵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기준과 절차를 포함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 특징을 지닌다(BBC Editorial Guidelines, 2019).
△다중 검증 및 내부 평가 절차(Multiple Verification and Internal Evaluation Procedures; Section 3. Accuracy
BBC는 보도 전 단계에서 관련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소스에 대한 교차 검증을 실시한다. 보도 후에는 내부 평가 및 피드백 과정을 통해 오류나 부적절한 표현을 신속하게 수정하며, 이를 통해 보도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현장 안전 및 위험성 평가 프로토콜 준수(On-site Safety and Risk Assessment Protocol Compliance; Section 17. Health and Safety)
현장 보도 시 정해진 위험성 평가 절차를 통해 기자와 취재진의 안전을 보장하며, 신속하고 안전한 취재 환경을 제공한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신중한 언어 선택(Careful Language Selection for Sensitive Topics; Section 6. Harm and offence)
BBC는 특히 참사나 위기 상황과 같이 민감한 보도의 경우, 피해자와 유가족의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려 있는 표현과 정제된 언어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기억의 형성과 추모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보도의 객관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BBC의 보도 윤리 기준은 오프콤의 가이드라인과 함께 미디어 보도의 전반적인 품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민감한 사건에 대한 신중한 언어 선택과 안전 프로토콜은 참사 보도 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상처를 경감시키고, 집단적 추모 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과 사회 전반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위기 상황 및 참사 보도 관련 미디어 가이드라인은 엄격한 사실 확인을 위한 보도 윤리 프로토콜, 객관적 언어,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민감한 보도 관행을 체계적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언론은 보도의 진실성을 갖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집단적 추모 과정을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공동체 치유 및 공유된 사회적 기억의 지속적인 구축을 촉진하는 틀을 마련한다.
오프콤의 실시간 보도 가이드라인 개정과 BBC의 보도 윤리 기준은 위기 상황 보도에서 정보의 정확성, 공정성 및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의 결과다. 이러한 개선 조치는 미디어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참사 보도가 남기는 사회적 상처를 완화하고 집단적 추모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후, 영국 미디어는 디지털 플랫폼과의 협력 및 국제적 사례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윤리적 기준과 안전 프로토콜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다 구체적인 정책 제안과 후속 연구를 통해 미디어 보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향후 미디어 환경의 건강한 발전과 사회 전반의 치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