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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와 효린이 인도에 왔어요. 델리에도 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곧 델리에서 (유명)한국 가수가 공연할 거예요”
필자는 지난 12월 델리와 벵갈루루 두 곳에서 인도의 한국 대중문화 소비 현황 파악을 위해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유명 한국 가수가 인도에서 행사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 델리 거주 응답자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BTS 팬임을 밝힌 또 다른 응답자는 “BTS, 블랙핑크 등과 같은 K-POP 슈퍼스타들이 인도에 올 걸 기대하지 않아요.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 또는 유명 음악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 한국 가수가 우리 도시에 오면 저는 무조건 행사에 참석할 겁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구직을 위해 또는 대학 교양 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22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해당 인터뷰는 한국을 좋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이를 토대로 인도 한류를 큰 그림으로 보기에 어려움이 있다.
제조업에서 문화 콘텐츠로… 7년 동안의 인식 변화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대한 통계 자료는 찾기 어렵다. 한국 대중문화 이용자 수, 구매 금액 등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신문 기사 또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 인기를 유추할 수 있다.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수호, 효린 등 한국 가수의 인도 방문 및 공연 소식은 인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 영자 일간지를 통해서 기사화됐다. 2024년 10월 16일 더힌두(The Hindu)는 수호, B.I, 뱀뱀, 효린 등 K-POP 스타의 인도 공연을 보도했다.1) 더힌두의 기자는 A급(A-listers)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인도 K-POP 관객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과거와 달리 2024년에는 A급 K-POP 스타들이 인도에서 공연한다”라는 기사를 썼다. 인도 주요 신문이 한국 가수의 인도 공연을 기사로 쓸 만큼 인도에서 K-POP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영자 일간지인 힌두스탄타임스(Hindustan Times)는 <인도는 엑소와 BTS에 대해 알고 있다: 이제 K-POP이 여기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2018년 11월에 실었다.2) 해당 기사는 “인도에서 여러 K-POP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많게는 2,000명까지 모인다”, “한류라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인기 현상은 동북아, 동남아,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인도 주요 언론은 온라인판 연예 세션에 한국 대중문화 관련 기사를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인디아(Times of India)는 지난 3월 16일에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관련 기사를 온라인에 올렸는데,3) 이 드라마의 첫 화는 지난 3월 7일에, 마지막 화는 3월 28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한국 드라마 관련 기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인도 주요 언론에 올라오는 것이다. BBC도 인도의 한국 드라마 인기를 종종 보도하는데, 대표적인 예로 <사랑의 불시착>의 인도 인기를 다룬 2023년 6월 기사를 들 수 있다.4)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 유행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이 매년 실시하는 <한류 해외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진흥원은 2016년 11월 인도 한류 조사를 처음 실시한 후 한국 대중문화 소비 현황, 한국 연상 이미지, 한류의 영향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첫 조사에서 한국 연상 이미지는 IT산업, 영화, 자동차, 뷰티/미용, 올림픽 순으로 높게 나타났고, 가장 최근인 2023년 조사에서는 K-POP, 드라마, 한국 음식, 영화, IT제품/브랜드 순으로 높이 나타났다.
제조업과 제품 중심의 한국 이미지가 7년 만에 문화 콘텐츠 관련 이미지로 바뀐 것이다. 두 조사를 비교하면 한국 문화 콘텐츠를 접해 본 사람의 비율은 큰 차이가 없으나 한국 문화 콘텐츠 우호도, 관심도, 소비 시간 등 항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2016년 가장 많이 소비한 한국 문화 콘텐츠는 게임이었으나 2023년에는 드라마와 음악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늘고, 한국 기업의 인도 사업이 증가하면서 한국어에 관한 관심이 증가해 한국어 수업 수강생도 많이 늘었다.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 수용과 인기 현상을 의미하는 ‘한류’는 3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현상이며,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비록 늦었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시작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럼, 인도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언제 어떻게 관심을 얻게 되었을까?

부산행, 파묘, 강남스타일 인기… 인도 전역에서 관심 끈 첫 가수는 BTS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누렸다. 인도 국토는 동북쪽으로 부탄과 방글라데시 사이 좁은 지역을 지나 중국, 미얀마와 인접한 비교적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인도에서 동북으로 불리는 해당 지역에는 8개 주가 자리 잡고 있고 역사·문화적으로 인도의 다른 지역과 아주 다르다.
이곳에는 몽골로이드가 많이 살고 있어서 인종적으로도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다. 힌두 문화가 지배적인 타 지역에 비해 동북부는 상대적으로 해외 대중문화 개방성이 높으며 인종적으로도 한국과 비슷해 한국 대중문화 수용성이 높다. 특히 마니푸르(Manipur)와 나갈랜드(Nagaland) 등 인도 동북 지역에서는 인접한 중국과 동남아를 통해 카세트테이프와 비디오테이프 형태로 한국 문화 콘텐츠가 유입돼 인기를 누렸다. 동북 일부 지역에서는 아리랑 TV를 통해 한국 대중문화를 접할 수도 있었다.
마니푸르 일부 지역을 장악한 무장투쟁 조직 RPF(Revolutionary People’s Front)는 2000년 9월 인도 국영방송을 제외한 모든 힌디어 방송과 영화 상영을 금지했는데, 이는 한국 대중문화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5) 마니푸르와 나갈랜드에서는 한국 음악·영상물 불법 복제 및 유통이 산업을 형성하기도 했다.6) 경제적으로 낙후된 산악 지역인 인도 동북부 출신 청년 다수는 일자리를 찾아서 인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하여 산다. 이들의 이주로 인해 한국 대중문화의 인도 내 확산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으나, 그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동북부 출신은 대부분 차별받는 하위 계층인데, 계층의 위계가 강하고 문화적 다양성이 큰 인도에서 하위 계층이 누리는 대중문화가 상위 계층으로 확산하였을 가능성은 적다. 그리고 실제 여러 설문 및 면접 조사 결과도 이에 부합한다.
인도의 주류라 볼 수 있는 힌두 문화권에서도 일부 한국 대중문화 작품이 인기를 끌었으나 한류라 부를 만큼의 흐름을 형성하지는 못했다. 타밀어 방송국인 뿌뚜유감티비(Puthuyugam TV)는 2014년에 <꽃보다 남자>의 타밀어 더빙판을 방송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꽃보다 남자>는 2017년에 진다기채널(Zindagi Channel)에서 힌디어 더빙판 방송돼 다시 인도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 결과 이민호 배우는 현재도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영화 <마더>, 그리고 2016년에 영화 <부산행>이 인도에서 개봉했으며, <부산행>은 인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지금도 인도인들 사이에서 회자하고 있다. <부산행>의 극장 흥행 기록은 2024년 <파묘>가 깼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파묘는 인도에서 7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7) 최장 기간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8)
한국 대중음악 중 가장 먼저 큰 인기를 얻은 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필자가 한 인터뷰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은 2014년경 인도 결혼식 파티, 수학여행 등 여러 행사에 빠지지 않는 인기 음악이었으나, 대다수의 인도인이 이를 한국 음악으로 인지하지 않았다. K-POP으로 인식되면서 인도 전역에서 큰 관심을 얻은 첫 가수는 BTS이며, 그 뒤에 블랙핑크가 큰 인기를 얻었다.
1) S. Poorvaja,
2) Monami Gogoi,
3)
4) Mateen, Z. & Sebastian, M.,
5) Reimeingam, M (2014),
6) Kuotsu, N.(2013),
7) Mankermi, S.,
indiatimes.com/web-series/news/korean/korean-film-exhuma-releases-in-india-across-75-theatres-xclusive/articleshow/109816606.cms
8) Chakraborty, 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