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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영국_ 세부 계획 나온《미디어법 2024》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04-25

영국의 방송 심의 및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은 2024년 2월 발표한 규제 로드맵에서 «미디어법 2024» 주요 조항의 단계적 시행 계획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에는 공영 콘텐츠의 디지털 플랫폼 내 가시성(prominence) 보장,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규제 도입, 그리고 공영방송사의 임무 재정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의 규정은 올해부터 내년 사이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 글에서는 «미디어법 2024»의 주요 개혁 사항 중 공영방송 체계의 현대화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규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임무

 

이번 «미디어법 2024»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영방송 체계 개혁이다. 이 법을 통해 영국은 공영방송사의 임무(remit)를 새롭게 정의했으며(Lewis Silkin, 2024), 기존 공영방송사들(BBC, ITV, 채널4, 채널5, 웨일스의 S4C, 스코틀랜드의 STV)에 보다 유연한 공영 의무 수행 방식을 허용했다. 이제부터 공영방송사는 지상파 방송 채널뿐만 아니라, 자사 디지털 서비스 및 주문형(ondemand)플랫폼을 통해서도 공영방송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방송사가 고품질의 교육 콘텐츠나 뉴스 콘텐츠를 제작해 자사 스트리밍 앱 또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할 경우, 해당 콘텐츠 역시 공영 책무 수행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과거 선형 텔레비전 방송 중심의 책무 이행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식을 반영해 규범을 현대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와 동시에, 법은 공영방송사들이 여전히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영방송사는 서비스 전반에 걸쳐 “적절한 범위의 프로그램 장르(an appropriate range of programme genres)”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니며, 이는 예술, 과학, 종교 등과 같은 전문 분야의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에 밀려 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Lewis Silkin, 2024).

 

특히, 뉴스 및 어린이 프로그램 제공 의무는 독립적인 법적 요건으로 유지됐다. 지역 및 국가 단위의 뉴스, 그리고 아동 대상 콘텐츠에 관한 조항이 없을 경우 이런 프로그램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무는 공영방송사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확장함에 따라, 단지 오락적이거나 수익성이 높은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BBC의 사명으로 잘 알려진 ‘알리고, 교육하고, 즐겁게 하다(inform, educate and entertain)’는 공익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공영방송과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채널4(Channel 4)에 관한 것이다. 채널4는 공영 소유지만 광고 수익에 기반해 운영되는 방송사로, 과거에는 독특한 제약을 받았다. 즉, 자체 제작(in-house production)을 금지하고 모든 콘텐츠를 외부 제작사로부터 위탁받는 ‘퍼블리셔-방송사(publisher-broadcaster)’ 모델을 채택해 왔다. «미디어법 2024»는 이러한 제약을 해제함으로써, 채널4가 필요에 따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더불어, 채널4 이사회는 방송사의 공영 임무와 함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관한 고려 의무도 부여받았다. 이는 영국 정부가 한때 채널4의 민영화를 검토했으나, 결국 공공 소유를 유지하는 대신 상업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정립한 배경에서 비롯됐다(DCMS, 2023). 이에 따라 채널4는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제 플랫폼에 판매하거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전통적인 TV 광고 수익이 감소하고 콘텐츠 제작 비용이 상승하는 현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본 법은 웨일즈어 공영방송 채널인 S4C(Sianel Pedwar Cymru)에 대한 법적 기반도 강화했다. S4C의 공영 임무는 디지털 및 온라인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도록 개정됐으며, 기존의 지리적 제한(예: 일부 콘텐츠를 웨일즈 내로 제한하던 조항)은 폐지됐다. 결과적으로, S4C는 영국 전역 및 국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에 웨일즈어 콘텐츠를 보존하고 세계적으로 홍보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며, 디아스포라나 해외 시청자들이 합법적으로 S4C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국가 문화를 디지털 유통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어떻게 현대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공영 콘텐츠 가시성 보장

 

«미디어법 2024»의 주요 개혁 중 하나는 ‘공영 콘텐츠의 가시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의 도입이다. 가시성이란 현대적 텔레비전 인터페이스와 기기 환경 속에서 공영 서비스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쉽게 노출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의미한다. 기존 영국 방송 규제 체계에서 가시성은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s, Electronic Programme Guides)를 통해 보장됐다. 예를 들어, 케이블 및 위성 방송에서는 BBC1이 채널 1번, BBC2가 채널 2번으로 지정되는 식으로 시청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스마트 TV,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등장으로 기존 EPG 기반 규칙만으로는 콘텐츠 가시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번 개정으로 영국은 ‘텔레비전 선택 서비스(Television Selection Services)’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Hogan Lovells, 2024). 이는 시청자가 TV 콘텐츠를 선택하는 플랫폼이나 인터페이스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스마트TV의 메뉴, 셋톱박스, 스트리밍 동글, 콘텐츠 앱을 집약하는 운영체제(OS)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새 법률하에서는 주요 플랫폼 제공자(예: 제조사 및 운영사)가 지정된 공영방송 서비스(PSB services)를 해당 인터페이스상에서 제공하고, 해당 채널들을 두드러진 위치에 배치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부과받는다(Lewis Silkin, 2024). 이 법에 의해 영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주요 TV 기기에서는 주요 공영방송사의 주문형 서비스(BBC iPlayer, ITVX, Channel 4의 All 4, Channel 5의 My5, S4C의 Clic, STV Player 등) 이용이 가능하며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강제됐다. 영국 소비자가 새 스마트TV나 스트리밍 기기를 구입할 경우, BBC iPlayer를 설치하거나 탐색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야 하며, 해당 앱은 기기 내 주요 메뉴에 사전 탑재되거나 눈에 띄는 위치에 놓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오프콤의 자문을 받아 어떤 온라인 서비스가 이러한 ‘필수 제공 및 가시성 보장(must-offer/must-carry prominence)’ 대상이 되는지를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때 ‘인터넷 프로그램 서비스(IPS, Internet Programme Services)’로 간주되는 공영방송사의 디지털 서비스가 해당 대상이 된다. 구체적으로, 공영방송사는 자신들의 지정된 서비스를 해당 플랫폼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제공해야 하며, 플랫폼 역시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Ofcom, 2025). 예를 들어 기기 제조업체가 PSB 앱을 탑재하는 대가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반대로 PSB가 인기 플랫폼에 자사의 앱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가시성 규칙은 글로벌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자사 콘텐츠 또는 유료 콘텐츠를 우선 배치하는 경향으로 인해, 공공성이 높은 공영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노출되지 못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영국의 가시성 관련 규정은 아직 완전히 시행된 상태는 아니다. 오프콤은 세부 사항, 예를 들면 어떤 기기와 서비스가 해당 규정 적용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자문 및 협의를 추후 진행해야 하며, 정부는 이 내용을 보조입법(secondary legislation)을 통해 시행하게 된다.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더 이상 규제 공백은 없도록

 

«미디어법 2024»에서 주목받은 조항 중 하나는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Video-on-Demand, 이하 VoD)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점이다. 본 법 이전까지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등 글로벌 VoD 플랫폼이 영국 내에서 사실상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수준의 규제만을 적용받고 있었다.

 

기존 «2003년 통신법»에 따라, 오프콤은 영국에 등록된 일부 주문형 서비스만을 제한적으로 관할했으며, 상당수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은 유럽연합(EU) 국가에 거점을 두고 영국의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이로 인해 전통적 방송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방송규범(Broadcasting Code)에서 벗어나는 규제 공백(regulatory disparity)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공백에는 유해 콘텐츠, 뉴스의 정확성, 다큐멘터리의 공정성 등이 포함된다. 기존의 방송 서비스와 VoD 서비스 간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법은 VoD 서비스에 대해서도 방송과 유사한 수준의 콘텐츠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주문형 비디오 규범(Video-on-Demand Code)’을 제정하고 오프콤에 집행 권한을 부여했다(Hogan Lovells, 2024).

 

이제부터 대규모 스트리밍 플랫폼은 자사 콘텐츠에 유해하거나 공격적인 내용을 담지 말아야 하고(예: 미성년자 보호, 극단적 증오 표현 방지 등), 뉴스 또는 사실 기반 콘텐츠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토머스 기번스(Thomas Gibbons, 2025)는 이를 두고 “온라인 콘텐츠 규제를 선형 방송 모델에 정렬시키는 실질적인 개혁”으로 평가하면서, 미디어 유통 방식이 선형 기반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반영한 조치라 설명했다.

 

 

영국의 방송 심의 및 규제기관 오프콤은 2024년 2월 발표한 규제 로드맵에서 «미디어법 2024» 조항의 단계적 시행 계획을 제시했다. <출처 - 오프콤 홈페이지 https://www.ofcom.org.uk/tv-radio-andon-demand/public-service-broadcasting/media-bill-roadmap-to-regulation/>;

 

 

주목할 부분은 이 법이 영국 외에 기반을 둔 스트리밍 서비스라 하더라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오프콤의 관할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즉, 넷플릭스와 같이 본사가 영국 외부에 위치한 경우라도, 영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TV 유사형(most TV-like)’ 서비스로 간주될 경우, ‘1단계(Tier 1)’ VoD 서비스로 지정돼 영국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1단계’ 지정은 정부가 오프콤의 자문을 받아 수행하며, 서비스 규모, 이용자 수, 콘텐츠 영향력 등이 지정 기준에 포함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전통적 방송과 기능적 대체재로 작용하는 플랫폼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려는 의도다. 일단 ‘1단계’로 지정된 VoD 서비스는 오프콤이 제정한 VoD 규범을 준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오프콤은 해당 플랫폼에 대해 조사권과 집행 권한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시청자 민원에 대한 접수 및 판단, 과징금 부과(최대 25만 파운드), 반복적인 위반 시 서비스 중단 또는 차단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Lewis Silkin, 2024). 이는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이 영국 내 규제를 무시할 수 없도록 실질적 집행력을 부여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다만, 유럽연합과 같은 방식의 콘텐츠 할당제(quota)를 VoD에 도입하지는 않았다. 예컨대, EU의 규정처럼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중 30% 이상을 유럽 작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루이스 실킨(Lewis Silkin, 2024)은 본 법이 “비영국 1단계 VoD 서비스에 대해 유럽 작품 할당제를 확대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이 콘텐츠 기준 및 시청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 콘텐츠 의무나 투자 강제는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미디어법 2024»는 접근성(accessibility)을 중요한 규제 영역으로 포함했다. VoD 서비스는 자막, 오디오 설명, 수어 해설 등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전체 프로그램의 80% 이상에 자막, 10% 이상에 오디오 설명, 5% 이상에 수어 해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됐다. 이 기준은 기존 텔레비전 방송에 적용되던 규범을 VoD 서비스에도 유사하게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오프콤은 이를 위해 별도의 접근성 규범(code of accessibility)을 제정·시행할 예정이다.1)

 

«미디어법 2024»는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의 경계를 허무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영국 미디어 규제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려는 정책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공영방송의 디지털 임무 수행, VoD 서비스 규제 강화, 콘텐츠 가시성 보장 등은 기존 제도에서 간과된 부분을 포괄하는 개혁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미디어 유통의 핵심 경로로 부상하고 있는 오늘날, 영국 정부가 공공성과 규제 형평성 확보를 위해 시도하는 이러한 제도적 대응은 시의성이 높다. 또한 이는 단지 영국 국내에 국한된 논의가 아니라, 글로벌 스트리밍 환경 속에서 각국이 직면한 공통된 정책 과제를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도 해석할 수 있다. 향후 «미디어법 2024»의 구체적 시행 과정과 효과는 공영방송의 역할 재정립, 플랫폼 규제의 실효성, 그리고 콘텐츠 접근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것이다. 

 

 

 

 

1) 제작된 지 오래된 프로그램은 이 규범을 면제해 주는 등의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또한, 시청자가 특정 유료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 사전 경고나 연령 제한을 상황에 따라 고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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