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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 현장]인도_ 한류 콘텐츠에 비친 한국
글로벌 미디어 현장 | 등록일 : 2025-05-30

한 나라의 이미지는 정치·경제·외교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외국 브랜드를 처음 접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국가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당 브랜드를 평가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베네수엘라 초콜릿 브랜드 엘레이(El Rey)를 들 수 있다. 엘레이의 제조사는 초콜릿 강국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스위스와 벨기에의 초콜릿 유명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는데, 품질을 인정받아 높은 가격에 원료를 팔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출시한 엘레이 초콜릿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1) 이런 현상을 원산지 효과(country of origin effect)라 한다.

 

국가의 이미지는 마케팅 같은 경영 분야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국가 이미지가 미치는 대내외적인 영향을 잘 알고 있는 여러 공공기관과 기업은 국가 이미지 개선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한 국가가 만들어 낸 공산품과 문화 콘텐츠 모두가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인도에서는 공산품과 문화 콘텐츠 소비가 외국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보다 크다. 평균적으로 인도인은 외국에 관한 관심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인 반면 인도 경제는 내수 중심이다. 이러한 거시 경제구조의 차이가 외국에 관한 관심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인도 교육 과정에서 해외의 역사, 지리, 문화를 배우는 시간은 매우 적다. 간략하게 구분해 인도 교육 과정 중 8학년까지는 여러 과목을 다루지만, 그 이후는 대학 입시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8학년까지도 한국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 수업 시간은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시간도 역사·지리·철학 등을 인도 중심으로 배운다.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는 영어, 수학, 과학이 중요해 교양을 배우는 시간은 더 부족하다. 이런 환경에서 교육받은 인도인은 인도 밖의 일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된다.

 

또한 언론에서 외신을 다루는 비중 역시 부족하고 편향돼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 언론이 외신을 다루는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2)이지만,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의 첫 임기인 2014년부터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8월 “인도 미디어는 과거 주로 국내 문제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인도 외교 정책 및 국제 관계에 대한 보도를 늘리고 있으며, 이런 보도는 종종 정부가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고 비판적인 시각은 배제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3) 이런 환경에서 평균적인 인도인은 한국을 주로 공산품 및 문화 콘텐츠 소비 등을 통해 인식하고 있다.


공산품 제치고 한국 이미지 심은 문화 콘텐츠

 

인도에서는 코로나19 기간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 이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공급이 디지털 채널 중심으로 재편되고, OTT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도에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인도에서 한국의 이미지 형성에는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과 이들의 공산품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연상 이미지 1위는 IT 산업으로 전체 응답자의 20.3%가 한국의 이미지로 IT 산업을 꼽았다. 그다음으로 영화(9.1%), 자동차(7.6%), 뷰티/미용(6.5%), 올림픽/월드컵(5.9%), 북한(분단국가)(5.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7년 조사에서는 IT 산업의 비율이 12.0%로 줄었으나 여전히 1위를 차지했다. 한국과 관련된 제품 역시 2016년 조사에서 삼성 제품(12.0%), 휴대전화(10.5%), 자동차(6.1%), 전자제품(4.9%) 순으로 높이 나타났다. 이들 공산품과 제조기업은 한국을 알리고, 혁신적이고 선진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한국 연상 이미지는 문화 콘텐츠가 주로 형성하게 됐다. 2023년 조사에서는 한국 연상 이미지는 K-POP(15.6%), 드라마(10.9%), 한국 음식(7.8%), 영화(7.4%), IT 제품/브랜드(7.2%), 뷰티 제품(6.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산품과 제조기업이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과 비교해 강도, 깊이, 풍성함 등 차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4) 인도인들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묘사된 한국의 어떤 모습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통해서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필자가 2024년 12월에 실시한 면접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5)

 

자상한 한국 남성상에 호감, 낯선 기업·음주 문화에는 호기심


인도의 한국 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한국 남성의 친절함, 자상함, 배려심, 그리고 잘 관리되고 귀여운 한국 남성의 외적 이미지에 호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6) 사실 인도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한류 팬이 문화 콘텐츠에 그려진 이런 한국 남성상에 큰 호감을 느끼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에서는 가부장적이고 강한 남성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따라서 강한 힘을 가진 마초적 남성의 이미지가 여러 문화 콘텐츠에 자주 등장했다. 전형적인 남성미와 다른 모습을 가진 인물이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샤 룩 칸(Shah Rukh Khan)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인도판 로맨틱한 남자 샤 룩 칸도 자상하고 친절한 이미지보다는 가부장제 안에서 시혜적인 인물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남성상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변하고 있는데, 잘 관리한 탄탄한 근육질의 남성이 자주 등장한다.7) 인도를 대표하는 영화인 <바후발리> 시리즈와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에 등장한 주인공이 이런 모습으로 유명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이상적인 남성 이미지에 변화가 있지만 거친 남성상은 공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와 대척점에 있는 남성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에 묘사된 한국 남성상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서 환호하는 인도 한류 팬이 늘고 있다.

 

한편 인도 청년들은 한국 드라마에 그려지는 한국의 기업 문화를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인도 청년은 한국 직장인이 열심히,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책임감 있고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하며 퇴근 후 자기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현실에서 보기 쉽지 않은 드라마 속 직장인의 모습을 통해 한국인을 이해 또는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 문화를 한국 기업의 특징으로 인지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을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는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낮고 시간이 짧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비교하면 현실은 인식과 다르다. 한국은 OECD 기준 장시간 노동 국가에 속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여러 노력의 결과 법정 근로 시간 40시간, 최대 52시간, 평균 36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의 법정 근로시간은 48시간이지만 대부분 노동자가 정규 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 실제 시간은 이보다 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무 강도를 비교하기 어렵고 한국과 달리 인도 노동시간 데이터는 신뢰도가 낮은 한계점이 있지만 평균적으로 인도 노동자가 한국 노동자보다 덜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보기는 매우 어렵다.

 

본 면접 조사에 따르면 인도 한국어 학습자들은 한국의 음주 문화에 호기심을 보이고, 다수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음주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인도 인구의 15%가량은 무슬림이고 80%가량은 힌두교도다. 이슬람교는 술을 금지하고 있고 힌두교에서 오랜 권위를 가진 마누 법전에서도 음주를 죄로 여기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 대도시 상위 중산층 청년을 중심으로 수제 맥주를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 금기와 현대적 자유 사이의 긴장을 경험한 인도 청년들에게 한국 음주 문화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직장 회식 문화와 한국식 술자리 예절을 재미있게 본다. 인도인들은 대부분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타인과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일은 드물다. 그러니 회식도 낯선 일이고, 윗사람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시는 등 한국식 술자리 예절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이 세 가지 이미지 이외에도 한국 여성의 미, 어른 공경 등을 특별한 이미지로 꼽았다.


부정적인 모습 과장 우려… 내부 자성도 필요해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은 단연 유튜브다. 한국 음악과 영상물이 인도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음식, 패션, 미용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관련 정보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주로 접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유튜브 영상이 미치는 영향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한국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로 보인 한국의 모습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낯설고 신기하게 인식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긍정적이다. 너무 긍정적이어서 이 역시 편향이고 왜곡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대규모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동원해 세계 무대를 관객으로 삼아 만들어 낸 문화 콘텐츠에서 보이는 모습에 비해 유튜브 영상에 담긴 한국의 모습은 보다 덜 꾸며진 것일 수도 있고, 치우친 것일 수도 있다.

 

작년에는 한국의 인종차별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인도에서 큰 관심을 얻었다. 그중 한 영상은 일 년 동안 1,100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약 9만 개의 댓글이 달렸다.8) 댓글에는 “이제 한국 대중문화가 아닌 우리 대중문화를 사랑해야 한다”, “K-POP을 좋아해 준 대가가 이런 인종차별인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드라마와 영화로 인도인 사이에 형성된 한국의 이미지도 현실이면서 허구이고, 인도인들이 만든, 한국의 민낯을 고발하겠다는 영상 역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영상에 언급된 사건들은 현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인종차별이 종종 관찰되고 있다. 여태 형성된 무한 긍정의 이미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일부 부정적인 모습이 과장되는 것도 우려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안의 인종차별 모습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1) Rohit Deshpandé, <Why You Aren’t Buying Venezuelan Chocolate>, Harvard Business Review, 2010.12, https://hbr.org/2010/12/whyyou-arent-buying-venezuelan-chocolate

2) Banerjee, J.(2013), <5. The Decline of Foreign News Coverage in the Indian Media>, India’s Media Boom: The Good News and the Bad, pp.57-72

3) <What India’s foreign-news coverage says about its worldview>, The Economist, 2023.8.16, https://www.economist.com/asia/2023/08/16/what-indias-foreign-news-coverage-says-about-its-world-view

4) 통계자료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출간한 《해외한류실태조사》를 인용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2012년부터 매년 주요 국가 한류 현황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6-2017 보고서부터 인도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5) 필자는 2024년 12월 델리와 벵갈루루에서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 델리 세종학당 학생 5명씩 두 개 조, 벵갈루루 크라이스트대 한국어 강좌 수강생 5명과 8명 두 개 조를 대상으로 했다.

6) 칠레 한류 팬을 대상으로 조사한 민원정의 2021년 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Min, W.(2021), <The perfect man: The ideal imaginary beauty of K-pop idols for Chilean fans>, Seoul Journal of Korean Studies, 34(1), pp.159-194

7) Baas, M.(2023), <Masculinity and Muscularity in a Changing India: Socioeconomic Mobility among New (‘Lower’) Middle-Class Men>, 《In Routledge Handbook of Contemporary India》, pp.527-539,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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