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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레거시 미디어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일본 주요 신문사들이 AI 활용 사업화에 나서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법인용 정보서비스인 ‘닛케이 카이(NIKKEI KAI)’1)를 지난 3월 17일 시장에 선보였다. 경제·산업 뉴스에 특화된 닛케이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산업계가 원하는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선전 중이다.
아사히신문은 더 일찍 AI 상업화에 눈을 떴다. 2019년 자동 요약문 생성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츠나(TSUNA)’2)를 공개했는데, 실제로 기사 내용을 지면용 제목으로 축약하거나 신칸센 열차 안의 전광판 뉴스용 요약문을 만드는 데 사용 중이다. 또한 2023년 10월에는 문장 교정 AI ‘타이포리스(Typoless)’3)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이미 많은 기업체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데, 특히 교육·법무·홍보 등 정확한 문장이 필요한 관련 업계에서 활용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AI 활용을 서두르는 건 신문뿐만 아니다. NHK는 다국어 번역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다큐멘터리 등의 해외 진출에 이용하고 있고, 니혼TV는 시청률 예측과 하이라이트 영상 생성을 자동화하는 AI를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AI 출시한 닛케이
먼저 닛케이가 출시한 생성형 AI 닛케이 카이(이하 카이)부터 살펴보자. 카이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지향한다. “경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에 특화돼 있다. 챗GPT와 같은 범용 생성형 AI의 한계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어떤 점이 다를까. 닛케이는 경영·산업 전반에 걸친 유료 데이터베이스(DB)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닛케이와 닛케이아시아는 물론 닛케이비즈니스·닛케이XTECH 등 19개 인터넷 미디어와 23개 잡지를 보유한 닛케이BP의 모든 매체가 만든 기사와 정보를 학습했다. 이 중 닛케이 계열만 해도 온·오프라인 기사가 월간 약 2만 3,000건에 이른다. 여기에 일간공업신문, 철강신문, 교통신문 등 닛케이텔레콤(닛케이가 운영하는 일본 최대 온라인 기사 DB 검색엔진)4)에 기사를 제공 중인 20개 이상의 업계 전문지들도 가세했다. <닛케이 업계 분석 리포트> 등 매달 업데이트하는 550개 업종의 보고서, 결산·인수합병(M&A)·업무제휴 등과 관련한 각종 기업 활동 정보가 담긴 자료들도 망라했다. 이외 공시 정보와 닛케이가 독자적으로 수집한 경제통계, 관공서 및 업계 단체가 발표하는 6만 5,000건 이상의 경제 데이터 등도 정보원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특화된 DB를 토대로 RAG(RetrievalAugmentedGeneration, 검색증강생성) 기술을 접목해 신뢰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기업 입장에선 업계 조사, 트렌드 분석, 선행 사례 연구 등과 관련해 정보 수집부터 기획서 작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닛케이 측은 컨설턴트, 기획 부서 등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적인 보고서 형식은 물론 SWOT 분석, PEST 분석(Political, Economic, Social and Technological analysis, 거시환경분석) 등 다양한 형태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한다. 닛케이가 내세우는 카이의 특장 중 하나는 정확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조작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 리스크의 최소화다. 공신력 있는 유료 매체 기사와 데이터에서 응답을 도출해 내기 때문에 정보 출처가 명확하다는 설명이다.
그 덕에 무단 도용 문제와 같은 보고서 내용의 저작권 시비 등 기업 입장에서 민감한 위험 요소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입력한 정보를 AI 모델로 학습화시키지 않고, 제3자에 의한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해 일본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관리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카이는 법인형으로 개인은 계약이 불가능하다. 닛케이 측은 이용료와 관련해선 “이용자 수와 용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40년치 기사 교열 데이터 활용한 아사히
아사히는 일본 미디어 업계에서 AI 활용의 선두 주자다. AI 개발과 사업화는 산하의 미디어연구개발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이 센터가 AI 기술 업체인 리트리버와 함께 2016년부터 2년간 공동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개발한 것이 자동 요약문 생성 API 츠나다.
아사히의 30년 분량의 기사 데이터를 전처리 및 필터링한 뒤, 이를 딥러닝 기술로 학습시킨 게 특징이다. 응용은 간단하다. 기사 본문을 입력하면 이를 요약해 제목과 요약문을 생성한다. 설정에 따라 헤드라인과 요약문의 길이도 조절할 수 있다.
어떤 매체에 게재하느냐에 따라 글자 수가 다르므로 같은 내용의 요약문을 여러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동시에 여러 개 후보를 생성해 사용자가 선택하고, 더 좋은 제목으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판용에선 최대 1,000자의 본문에서 지정한 글자 수로 여러 개의 제목과 최대 10개의 요약문을 생성할 수 있다. 또 게재하고자 하는 매체의 톤과 양식에 맞게 생성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개 문서를 이용해 보도자료용, 소셜미디어(SNS) 투고용, 광고용 문구 등으로 길이가 다른 요약문을 자동 추출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활용 사례는 다양하다. 가령 신입사원 채용 시 각종 서류를 한꺼번에 취합해 요약하면 지원자의 특색을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아사히 미디어연구개발센터는 츠나에 이어 2022년 5월 교정 지원 API ‘타이(TyE)’5)를 내놨다. 타이는 입력한 문장의 문법적 오류를 감지하는 교정 지원 도구다. 당초 기능상의 한계로 ‘어떻게 고치라’는 구체적인 수정 제안까지는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교정 도구’가 아닌 ‘교정 지원 도구’로 불렸다. 신문사의 강점인 교열 능력을 데이터베이스로 한 무료 체험판이었다.
SNS에서는 물론 시험용을 써본 번역 회사에서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반응은 좋았다. 이에 힘입어 타이를 사업 모델로 승화시킨 게 바로 이듬해 10월 출시한 문장 교정 AI 타이포리스다. 타이포리스의 특징은 아사히의 40년치 기사 데이터를 통해 학습시킨 교정 이력에 있다. 자연어 처리 전문가들에게 신문은 ‘학습용 데이터의 보고’로 불릴 정도로 데이터가 풍부한데, 타이포리스가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여기에 신문사에서 ‘스타일북’으로 부르는 교정 사례집, (아사히의 경우 <용어와 표현 안내서>)에서 제시된 약 10만 개의 교정 규칙 사전 기능, 사용자가 직접 등록해 쓸 수 있는 커스텀 사전 기능 등을 더한 게 타이포리스다.
타이포리스의 기능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문장을 보다 읽기 쉽게 다듬어주는 기능을, 지난해 7월과 10월에는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PDF 파일 교정 기능 등이 추가됐다.
여러 차별화된 기능에 아사히라는 신문 브랜드의 신뢰도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홍보, SNS, 법무 담당자들은 물론 교육 사업이나 작가, 편집자 등에게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생활용품 대기업인 라이온, 의류 업체 골드윈, 일본담배산업(JT) 등은 물론 JB프레스, 다빈치 등과 같은 매거진 회사에서도 타이포리스를 도입해 쓰고 있다.
타이포리스는 닛케이 카이와 달리 개인도 이용할 수 있다. 법인 요금제의 경우, 5개 아이디(ID)를 기준으로 월 2만 4,750엔(약 23만 원), 3만 5,750엔(약 34만 원, PDF 파일 교정 기능 포함)의 서비스 유형별 과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인도 월 2,200엔(약 2만 1,000원), 5,500엔(약 5만 3,000원), 7,700엔(약 7만 4,000원) 등 과금 정도에 따라 확장된 기능을 쓸 수 있다.
방송은 다국어 번역, 시청률 예측 등에 AI 활용 초점
일본 방송사들도 AI 활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지향점은 조금 다르다. AI 도입 사례가 사업성 측면보다 업무의 효율화에 주로 몰리고 있다. 즉 수익성보다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음성인식 기술이다. 대부분 방송국이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녹취 및 자막 제작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AI가 높은 정확도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면서 그간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일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NHK는 실제로 방송 중 음성을 실시간 텍스트로 변환하는 자동 자막 생성 시스템을 도입해 쓰고 있다. NHK는 또 일본어 방송 콘텐츠를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등으로 번역해 자막과 더빙을 생성할 수 있는 다국어 번역 AI 시스템도 개발했다.6) 뉴스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니혼TV는 마쓰오연구소와 AI 협업을 하고 있다.7) 마쓰오연구소는 일본 최고의 AI 전문가 중 한 명인 마쓰오 유타카(松尾豊) 도쿄대 교수가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영리법인이다.
이들은 AI를 시청률 예측과 하이라이트 영상 생성에 활용하고 있다. 시청률 예측 모델은 과거 시청률 데이터와 프로그램의 인기 동향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의 자연어 처리와 시계열 예측을 통해 시청률을 예측한다. 그간 사람이 직접 방송 실적과 배경 프로그램 및 이벤트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예상 시청률을 산출하던 방식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마쓰오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하이라이트 영상 생성은 AI가 프로그램 진행 중 중요 장면을 자동으로 추출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알고리즘이다. 물체 감지, 안면 인식 기술과 규칙을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특정 장면을 추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생성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동영상 게시 사이트에 올리거나 콘텐츠 판매용 홍보 영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TV도쿄는 지난해부터 해설 방송 내레이션에 AI 음성을 이용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실험에는 음성 플랫폼인 stand.fm이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8)
원래 해설 방송은 시각 장애인이 TV 프로그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장면 상황을 음성으로 자세히 설명해 영상을 보지 않고도 영상을 상상할 수 있게 돕는다. 드라마 <체이서 게임> 시즌 1의 8회차 해설 방송이 첫 사례였다. SNS 등에선 “해설이 비교적 자연스러웠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한다.
일본 미디어 업계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AI의 사업화 모색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현 단계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레거시 미디어의 축적된 데이터를 날로 진화하는 AI 기술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라는 점에선 박수받을 일이다.
1) https://nkbb.nikkei.co.jp/kai/
2) https://cl.asahi.com/api_data/headlinegeneration.html
3) https://typoless.asahi.com/
4) https://t21.nikkei.co.jp/g3/CMN0F11.do
5) https://cl.asahi.com/playground/tye
6) <地域放送局で使いやすい多言語機械翻訳システムを開発>, NHK, https://www.nhk.or.jp/strl/publica/giken_dayori/205/3.html
7) <日本テレビと松尾研究所、放送業界のDXに向けて共同研究を推進 -ハイライト動画生成や視聴率予測の自動化へ->, Nippon TV, 2023.1.10, https://www.ntv.co.jp/info/pressrelease/20230110.html
8) <解説放送をAI音声で生成し、テレビ東京にて初の実証実験を実施。AIVoiceSpeakerのAI音声が、テレビ東京で放送されるドラマの解説放送ナレーションに。>, Stand.fm, 2024.2.14, https://corp.stand.fm/posts/00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