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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신문과방송》은 네 명의 젊은 기자를 만나 뉴스룸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 나눈 바 있다. 이 좌담회에 이어 이번에는 고참 기자들을 만났다. 후배 기자들에게 미처 말하지 못한 그들의 속내와 뉴스룸 내 소통과 조율 방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마다 세대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를 ‘개념 없는 MZ’와 ‘권위적인 꼰대’라 손가락질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언론사 뉴스룸도 다르지 않다. 선배 기자와 후배 기자가 서로 불만을 키우면서 이해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 이대로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어렵다. 《신문과방송》이 뉴스룸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이유다.
《신문과방송》은 지난 9월호에 ‘왜 우리는 말이 통하지 않을까? 후배 기자들이 말하는 뉴스룸 소통의 벽’이라는 제목으로 젊은 기자들과의 좌담회 내용을 담았다. 선배 기자들에 대한 후배들의 불만을 듣고, 주니어 기자의 시선에서 뉴스룸의 문제를 분석했다. 이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선배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불만이 있어도 입을 열지 못하는 건 젊은 기자들만이 아니다. 변화하는 조직 문화 속에서 예전과 달리 고참 기자들도 할 말을 다 못하고 속에만 담아두는 경우가 많다.
지난 좌담회의 후속 기획으로 이번에는 40대 이상 신문·방송사의 기자 네 명과 좌담회를 가졌다.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참석자 신원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소속이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는 일부를 수정하거나 모호하게 처리했다. 사회는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맡았다.
후배들이 기사를 너무 못 쓴다!
박영흠 뉴스룸에서 함께 일하는 후배들을 보며 선배 기자들이 느끼는 불만이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기자A 타사 기자들과 만나면 ‘후배들이 기사를 너무 못 쓴다’, ‘어떻게 이렇게 기사를 못 쓸까?’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이를 어디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많다. 일단 수습을 벗어나면 자기 기사에 손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존심 상해 하니까, 기사를 고치면 ‘왜 고쳤냐’고 묻는다. 차라리 어떤 이유로 고쳤냐고 물어보면 차근차근 얘기라도 해주겠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여기가 잘못됐다, 왜 취재를 이렇게 했느냐’고 말해주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던 것 같다.
또 취재원들을 계속 만나 새로운 것을 파악하고 기자로서 뭔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퇴근하고 저녁때도 취재원을 만나 계속 일하곤 했는데, 요즘은 ‘나는 여기까지만 하면 충분해’라고 생각하니 그 이상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가 옆에서 일을 하고, 계속 일이 벌어지고 있으면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제가 이거 할게요’ 아니면 ‘제가 뭐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요즘 후배들은 뭔가를 시키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손을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손을 들지 않았는데 ‘이거 할 수 있니’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기자B 언론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친구들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어떤 부분은 동의하면서도 100% 동의를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입사했을 때보다 지금 입사한 친구들이 더 잘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문장력이라든가 기사의 완성도가 오히려 내가 그 또래였을 때보다 좋은 친구들도 있는데, 그러면서도 태도도 좋고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수준은 과거의 평균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언론사에 입사하려는 동기가 많이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자체의 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나와 굳이 언론사에 입사하길 원하는 친구들은 과거에 적당히 취업할 만한 회사로 생각해 언론사에 지원했던 우리 또래보다 오히려 더 큰 사명감과 실력을 갖추고 들어오는 그룹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그룹의 전체적인 풀 자체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고, 반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수준이 낮아진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성실성과 로열티 부족해
기자C 요즘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어린 기자들이 취재원을 직접 대면하기 꺼리는 점 같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대부분 카페를 출입처로 삼으면서 취재원 자체를 안 만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취재가 되려면 취재원과의 라포 같은 것이 형성돼야 하지 않나.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온라인이라든가 전화만으로는 취재원과의 라포를 형성하거나 거기에서 어떤 더 중요한 취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각 사마다 스타일북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두세 번 얘기해줘도 고쳐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본인이 충분히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고, 회사에 들어오면 입사 교육도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전혀 안 고쳐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런 경우에는 성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기자D 요즘 후배들 보면 수용 자세가 좀 달라졌다고 느낀다. 지난 이삼 년간 보조 데스크를 하면서 기사를 고쳐준 뒤에는 꼭 피드백 전화를 했다. 어떤 친구들은 굉장히 고마워하는 반면, 또 어떤 친구들은 조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썩 유쾌하지 않은 훈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입사하고 이렇게 전화 많이 하는 선배는 처음 봤다’라는 얘기를 하더라. 다른 선배들은 귀찮아서인지 후배의 험담이 겁나서인지 어드바이스 자체를 안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매우 떨어지는 것 같다. 내가 입사했을 때 분위기보다는 상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져서, 어떤 지시를 했을 때 ‘내가 왜 그런 걸 해야 하죠?’ 이런 눈치를 주는 후배들이 많다. 예전에 비해 취재 분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고도 느낀다. ‘이런 것도 모르나?’ 하는 생각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 더 중요한 건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선배들에게 욕먹기 싫어 더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계속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이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
기자B 변화한 취재 환경 때문에 팩트체크가 어려워진 건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게 확인이 안 돼?’라고 의아한 부분들이 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 담당자에게 전화해 봤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었고,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안내만 받아도 다운받을 수 있는 자료인데 ‘확인이 안 된다’라고 퉁친 적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기본적인 성실성 자체가 떨어진 거 아닌가 하고 속상한 때가 있긴 하다.
변화한 조직문화, 가르치거나 대화할 시간이 없다
박영흠 후배 기자들은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게 없다’라는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선배 기자들이 칭찬이든 질책이든 교육하기 어려운 분위기인가?
기자A 저는 세 번까지는 가르쳐주는 것 같다. 그 이후에도 반복이 되면 그냥 웃는 얼굴로 넘기고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 더 이상 업무에 대해서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기대를 안 하는 거다. 지금까지 부서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두세 번 정도 조언했을 때 그걸 받아들이는 후배라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이후 어떤 잘못이나 실수가 있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라는 마음이 생긴다. 반대로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선배들 역시 ‘내가 왜 이 후배를 챙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며 자연스럽게 동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
기자B 저 같은 경우에는 수습 때 일진 기자가 항상 옆에서 빨간 펜으로 밑줄을 치며 이 부분은 이래서 안 맞고 이 부분은 빼야 한다, 이런 식으로 첨삭해줬던 기억이 있다. 옆에 앉혀놓고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치는 과정을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기사를 발전시키는 단계에서부터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든지. 그런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면으로 첨삭하거나 조언하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 굳이 기자를 회사로 불러들여서 첨삭하는 과정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거니와 전화로 일일이 설명·첨삭을 하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아 내가 빨리 고쳐 넘기고 말지 가르칠 시간이 없다. 사회부 데스크가 4명이었는데 지금 3명으로 줄었다. 사회부가 이러하니 다른 부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자C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초년생이 처음에 와서 일을 잘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보는 거다. 항상 강조하는데, 일을 잘하는 것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려고 하는 태도라든가 노력, 이런 것이 병행돼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보이면 약간 벽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기자D 예전에 언론사라고 하면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회식을 안 한다. 요즘 보면 분기에 한 번 정도, 그것도 점심에 하는 부서가 많다. 점점 자기 일만 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선후배 간에도 후배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회식이라는 게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조직 안에서의 유대감, 이런 부분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기자A 일단 회사가 연차 휴가를 사용하도록 압박하면서 부서 내에 쉬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다 같이 모여 회식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두 번째는 회사가 돈이 없다 보니 회식을 자주 하기 어렵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챙기고 싶어도 돈이 없다. 취재비처럼 옛날에 주던 돈들이 없어지니까 만나서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빠듯하다. 내가 예전에 그렇지 않던 시절을 살아왔으니까, 이 산업이 ‘망해간다’는 걸 후배들보다 더 많이 느끼는 게 아마 우리 세대일 거다.
스몰톡, 커피챗부터 시작하자
박영흠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바꿔볼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후배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또는 선배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조직이 해줘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기자B 퇴사하는 후배들과 커피를 한잔 한 적이 있었는데 ‘왜 내가 이 부서로 옮기게 됐는지’, ‘왜 이 기사가 내려졌는지’에 대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 누적되면서 답답했다고 하더라. ‘저 팀이 바빠질 거라서 네가 가게 됐다’, ‘네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말이라도 한마디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 최소한의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내 경우에는 분기에 한 번은 각 팀원과 일대일로 식사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여럿이 모이면 할 수 없는 얘기를 일대일로 만나면 많이들 하기 때문이다. 요즘 스타트업에서 많이 하는 이른바 커피챗을 제도적으로 정례화하고, 거기서 실질적인 소통이 일어나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회사가 이런 것을 한다는 시그널이라도 주면 어린 구성원들이 조금 더 희망을 갖고 회사를 다닐 수 있지 않나 싶다.
기자A 기자로 일하는 것에 대한 효능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예전에는 보도를 하면 ‘김 기자 잘 봤어’라든지 다음날 ‘개선하겠다’고 하고, 보도자료를 내고 이러니까 언론에 대한 효능감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지금 일하는 친구들은 그런 효능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채널도 너무 많고, 기사도 너무 많고, 퀄리티 분별도 안 되고…. 그러다 보면 ‘왜 이 일을 해야 되지?’라며 사기가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회사에서 선배들이 이 일에 대해 효능감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기자C 사실 데스크라고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최근 1년의 상황만 보더라도 사상 초유의 일들이 너무 많지 않았나. 데스크들도 처음 겪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 데스크가 무조건 일방적인 지시를 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기자들끼리의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들을 잘 공유해가면서 서로 맞춰가는 것이 지금은 가장 맞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또 나 같은 경우 일요일에도 자주 출근하는데, 일요일에는 당직 기자들이 한두 명씩 꼭 들어온다. 그때는 어지간하면 들어온 친구들하고 식사를 같이 한다. 이때는 좀 쉽게 얘기하는 것 같다. 선후배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스몰톡 같은 것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기자D 기자들에겐 회사가 아니라 내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롤모델이 중요한 것 같다. ‘저 선배 같은 기자가 되고 싶다’, 이런 비전이 지금까지 제가 기자 생활하는 동력이 됐던 것 같은데 후배들은 그런 롤모델 선배들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요즘 후배들이 회사를 떠나 로스쿨이나 대학원을 가고 다른 직장으로 아예 전업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다.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기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영흠 언론사들과 뉴스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유입되는 인력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고 좋은 인재들이 들어왔다 이탈하는 경우들이 많아 안타깝게 보고 계실 것 같다. 좋은 기자들을 지키려면 소통이 양적·질적으로 나아져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이런 데 대한 연구와 고민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좌담회가 기자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