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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쟁 보도, 무엇이 달라졌나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4-24

이란 전쟁은 전쟁 양식의 재편을 보여주고 있다. ‘전선’의 개념은 흐려지고, 수백 킬로미터의 거리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주고받는 전자전이 펼쳐진다. 이에 따라 전쟁 보도 또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통적 전쟁 보도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이 변화의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지난 4월 7일(현지 시각) 양측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해 전 세계가 안도했지만, 종전 협정이 타결된다고 해도 과연 이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이란 전쟁은 여러 측면에서 이전의 전쟁과 차이가 있고, 전쟁 보도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과 그 배경을 살펴보면서 이 변화가 언론 보도에 주는 몇 가지 함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란 전쟁은 전쟁의 성격이나 형태 측면에서 과거의 전쟁에서는 보지 못한 생소한 양상을 띠고 있다. 2022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전쟁은 대부분 ‘국지전’이었다. 참전국들이 고지와 도시를 놓고 포격과 공방을 벌이면서 서로 뺏고 뺏기는 식의 전투가 일반적이었다. 일부 관련 국가를 제외하면 대다수 시민은 해외 뉴스로 전쟁의 진행과 참상을 어렴풋이 짐작해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는 엄격한 의미에서 ‘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투는 참전 군대들이 레이더 화면을 들여다보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미사일과 드론을 주고받는 전자전으로 발전했다. 일선 지휘관의 판단과 병사들의 전투 의지 대신 AI와 위성 네트워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소총과 대포 대신 드론과 미사일이 무력행사 수단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텔레비전 뉴스 역시 자료 화면이나 레이더 화상 자료가 주류를 이뤄, 전쟁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기 어렵게 됐다.



이란 전쟁은 지리적으로는 일부 국가 간에 벌어진 제한된 무력 충돌이지만, 전쟁터의 개념이 크게 확장되고 성격도 달라졌다. 참전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쟁의 피해와 파급효과를 직접 느끼는 나라는 걸프 인근국이나 참전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령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조선이 한국과 일본에 원유를 배달하지 못하고, 한국의 정유소가 생산을 감축하자 필리핀과 호주에서는 석유 대란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석유가 자급자족되니 상관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한국에서 공급하는 항공유가 줄어들자 미국 항공사들도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냉전 시대의 동맹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나름대로 정치적·외교적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이란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 유럽연합(EU)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정치적·외교적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그물처럼 얽힌 의존관계를 맺고 있어 지금은 어떤 나라든 국지전의 파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이란 전쟁은 말해준다. 많은 국가가 참전 여부, 중동 석유 의존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이란 전쟁의 당사자가 됐다.



지난 4월 2일 서울 한 은행의 코스피 지수 현황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 화면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배포한 일방적 정보 넘쳐나 전통 언론의 역할은 퇴조


전쟁의 양상이 바뀌면서 언론 보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원래 전쟁 상황에서는 보도의 기본 원칙이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현장 접근이 제한적이고 군 브리핑에 주로 의존할 뿐 아니라 취재원 선택에서도 일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공정하고 객관적인 취재가 어렵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주요 언론은 직접 취재를 통해 한계를 극복하려 애썼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 미국 CNN은 75명의 취재진을 현지에 파견해 군 발표 수준을 넘어선 전선 뉴스를 전 세계에 알렸고, 영국의 언론사들도 50여 명을 전쟁터에 상주시켰다. 다만 한국 언론은 원래 외신 보도가 취약한 데다, 분쟁지 파견은 해외여행 금지 제도의 장벽에 막혀 해외 언론사 보도를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다.


지금까지 전쟁 보도에서는 취재진 규모뿐 아니라 사실 확인 등 언론 본연의 임무 측면에서도 주요 언론사들의 역할이 돋보였다. 전쟁뉴스에서는 일방적 주장과 과장, 루머와 사실 간의 경계가 흐려지기 마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명세를 떨친 우크라이나 공군의 ‘키이우의 유령’1) 소식이 대표적이다. 이 루머를 ‘입증’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떠돌았고,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이 루머를 마치 사실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다양한 취재원의 정보 비교 검토, 위성사진 판독 등 엄격한 ‘포렌식’ 절차를 거쳐 이 ‘키이우의 유령’ 사진과 영상이 조작·합성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서는 과거 전쟁 보도에서 일반적이던 이러한 취재 절차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물리적 전선이 존재하지 않고, 수백 킬로미터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과 드론이 주된 전투 수단으로 기능하는 상황에서는, 군에서 선별 배포한 레이더 화면과 일방적 주장만이 넘쳐나게 됐고 단순한 사실 확인조차 쉽지 않게 됐다. 전쟁 현장 취재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심지어 미군 전투기 격추라는 단순 사실조차 미군과 이란군 사이의 주장이 엇갈리고 이를 검증한 보도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은 이번 전쟁 보도에서 언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란 전쟁에서 두드러진 또 한 가지 추세는 이른바 전통적 언론의 역할 퇴조를 들 수 있다. 과거 전쟁 보도에서는 이른바 전통 언론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1년의 제1차 이라크 전쟁에서는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이 활약했고, 2003년 제2차 이라크 전쟁 때는 아랍권의 알자지라(Al Jazeera)가 서방 언론의 편향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이들 채널은 전쟁 진행 소식과 더불어 생생한 화면을 전 세계에 제공했다. 참전국 역시 이러한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두고 여론전의 전략을 기획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서는 전통 매체의 존재감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우선 일반인의 미디어 이용에서 전통 매체의 비중이 대폭 줄었다. 소셜미디어나 악시오스(Axios)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이용자들이 전통 매체를 고수할 이유가 없어졌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전쟁 기술뿐 아니라 전쟁 보도도 바꿔놓고 있다. 전통 언론에게 가장 주요 취재원인 트럼프 대통령조차 중요한 발표 시 기자회견보다는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이나 엑스(X)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체의 위상 변화를 잘 보여준다.


더구나 트럼프는 종종 전통 매체에 대한 냉소적 태도를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한다. 가령 지상군 투입 계획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트럼프는 “그런 계획이 있든 없든 여러분에게는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빈정거리듯 말했다. 권위 있는 정보원에 대한 접근 기회를 독점하고 이들의 발언을 교차 검증해 보도하는 관행은 전통 매체의 전쟁 보도에서도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무너지는 과정을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목격하고 있다. 최고의 취재원인 대통령의 주장이 매일, 혹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바뀌고, 팩트보다는 욕설과 분노, 광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어떤 믿을 만한 정보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란 혁명수비대 대변인의 프로파간다성 주장에서 귀 기울일 만한 팩트가 더 많이 보인다고 여길 수도 있을 정도다.


이란 전쟁 보도가 우리 언론에 준 교훈


이란 전쟁 보도에서는 또 한 가지 고질적 문제점과 더불어 희망의 조짐도 나타났다. 원래 전쟁은 특정한 시공간에 일어난 극적인 사건이면서도 수많은 지정학적·국제정치적·경제적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는 고맥락적 사건이다. 전쟁 보도는 전쟁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뿐 아니라 왜, 어떤 맥락에서 발생하고,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뉴스 이용자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전쟁 보도는 대부분 이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란 전쟁에서는 믿을 만한 취재원의 부족, 현장 접근 불가능이라는 어려움 때문에, 또 석유 공급 대란이 전 세계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에, 국내 전통 매체에서 해설성 보도가 부쩍 늘어났다. 이 희화적인 일화는 전통적 취재 방식의 몰락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에서는 중동, 국제문제, 국제자원 전문가들이 대담자로 등장해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다. 대담 진행 방식이나 분야별 미흡한 전문성 등 아직 한계는 있지만, 시청자가 전쟁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된 듯하다. 이처럼 전쟁보다 전쟁의 맥락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는 앞으로도 더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고, 전통적인 국가 간 동맹에 입각해 외교적 결정이 일사불란하게 내려지던 시대는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끝났다. 앞으로는 더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각국이 국익을 추구하면서 선택을 고민하는 정글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일찍이 보지 못한 낯선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언론은 단순히 전쟁터 소식을 중계하는 소극적 역할에서 벗어나 더 깊이 있고 유익한 외신 보도 양식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또 전통 언론에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1) 2022년 2월 24일 벌어진 키이우 공세에서 러시아 공군 소속 전투기 수십 대를 격추했다고 알려진 신원미상의 영웅 조종사를 일컫는별명.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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